여자축구! 무명으로 떠나 별이 되어 돌아오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9 03:00수정 2010-09-2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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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왕 여민지 “고통-영광의 순간 떠올라 울다 웃어”
대부분 선수 “사랑하는 가족 만날 생각에 너무 흥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이 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귀국행사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최덕주 감독.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U-17 월드컵 우승’ 女축구대표 귀국비행기서 무슨 생각 했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형 엔진’ 박지성(29). 항공기 객석은 그에게 매우 특별한 공간이다. 10년 가까이 해외에서 활약하며 비행기로 한국을 수도 없이 오간 그는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도 비행기 안에만 들어서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를 돌아보는 여유를 제공하는 공간이 바로 비행기이다”라고 했다. 선수 시절 독일에서 활약한 차범근 전 축구 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국가대표 경기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면 항상 가슴이 벅차올랐다”면서 “독일에서 뛰는 용병에서 한국인으로 탈바꿈하는 장소가 내겐 비행기였다”고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 축구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 태극 소녀들이 28일 오후 귀국했다. 대회가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미국의 뉴욕, 워싱턴을 거쳐 인천국제공항까지 비행기로만 장장 20시간이 넘는 긴 여정. 한국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자랑스러운 소녀들은 귀국행 비행기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골든부트(득점왕)와 골든볼(최우수선수) 트로피를 든 여민지(왼쪽)와 우승 트로피를 든 주장 김아름이 28일 인천공항 환영행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인천=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대회 최우수선수(골든부트)에 득점왕(골든볼)까지 휩쓴 여민지(17·함안대산고)는 “대회 전 부상당했던 때부터 마지막 우승컵을 들었을 때까지 모든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쳤다”고 했다. 또 “이런저런 생각에 혼자 키득거리다가도 감격에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뽑았지만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간 이정은(17·함안대산고)도 “경기 순간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승부차기 실축 땐 하늘이 노랬는데 동료들이 따뜻하게 격려해줘 힘을 얻었다. 비행기 안에선 동료들을 쭉 돌아보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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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비행기에서 가장 많이 떠올린 사람은 역시 가족.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승부를 결정지은 장슬기(16·충남인터넷고)는 “곧 가족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매우 흥분됐다. 비행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선수는 “군대 간 남자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런 거란 걸 느꼈다”며 웃었다. 우승 트로피를 자랑스럽게 손에 쥔 주장 김아름(17·포항여자전자고)은 어떨까.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가족 생각도 많이 했죠. 근데 치킨, 피자, 자장면 등 먹고 싶은 게 제일 먼저 떠오르던데요.”

입국장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및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여자축구연맹 관계자, 가족, 팬 등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선수단은 KBS의 환영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들은 29일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뒤 오후에 대한축구협회 주최로 해단식을 가진다.

인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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