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도 스타도 없다… 팀워크만 있을뿐

이헌재기자 입력 2010-09-24 03:00수정 2015-05-2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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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정규시즌 우승… 4년 연속 KS진출 저력은? 남들은 “잘했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준우승에 머문 SK 선수들은 KIA의 우승 세리머리가 열리는 동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년 저 자리에 서는 것은 자신들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장 김재현은 “최선을 다했기에 억울하기보다는 담담했다. 다만 두 번 다시 같은 괴로움을 당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김광현-박경완 없이도 작년 준우승 일궜던 비룡

SK가 2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것은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 덕분이었다. 숱한 고비를 만날 때마다 SK 선수들은 똘똘 뭉쳤고 막판까지 이어진 삼성과의 선두 다툼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22일 두산과의 연속 경기를 모두 이긴 SK는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종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해태(1986∼1989년)가 유일했다.

○ 조직력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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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지난 3년간 빛나는 성적(한국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1회)을 올렸지만 특급 스타가 없는 팀이기도 하다. 올해 에이스 김광현이 17승으로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을 뿐 다른 타이틀 홀더는 없다. 그런 김광현도 여차하면 가차 없이 2군에 보내는 팀이 SK다.


그 대신 조직력을 중시한다. “SK를 멤버가 좋은 팀이 아니라 조직이 강한 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지론을 가진 김성근 감독은 김재현 박재홍 이호준 등 쟁쟁한 고참 선수들도 컨디션에 따라 백업으로 내세우곤 한다. 이들 역시 팀 앞에선 스스로를 낮추고 이를 감수했다.

이렇다 보니 SK는 누구 한두 명이 빠진다고 약해지는 팀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김광현과 주전 포수 박경완이 없는 상태에서도 시즌 막판 19연승을 달렸고 한국시리즈에도 진출했다. 올해도 주전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종종 위기를 맞았지만 이 대신 잇몸으로 버텼다.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한 이승호는 시즌 막판 선발로 전환해 구멍을 메웠다. 선발이던 송은범은 중간 계투로 변신해 허리를 지켰다. 포수 박경완은 아킬레스건 부상 속에서도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투수진을 이끌었다.


김강민과 박정권은 3할 타율로 팀 타선의 중심이 됐고 김재현 등 고참 선수들은 고비마다 한 방을 터뜨렸다. 김 감독이 “SK라는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올해 입증했다. 이게 바로 조직의 힘”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다.

올해도 주전 줄부상 속, 특유의 조직력 앞세워 막판 역전위기 딛고 감격

○ 우승 8분 능선

김 감독은 22일 정규 시즌 1위를 확정지은 뒤 선수들에게 “앞으로 5승 남았다. 오늘은 빨리 잊고 팀을 재정비해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4승과 함께 단판 승부로 치러지는 한일 클럽챔피언전까지 석권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SK는 우승에도 한발 더 다가섰다. 포스트시즌이 현행 방식으로 치러지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정규 시즌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번 가운데 16번(84.2%)이나 된다(양대 리그로 치러진 1999, 2000년은 제외). 큰 경기 경험도 많은 데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모두 앞선다. 삼성에는 10승 9패, 두산에는 11승 8패, 롯데에는 12승 7패를 기록했다.

SK 선수들은 “그동안 훈련한 게 아까워서라도 질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그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한국시리즈는 10월 15일부터 시작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SK 5연승… 팀 최다 83승 타이▼

‘LG 킬러’ 전준호 6이닝 무실점, 두산 이성열, 8회말 결승투런

SK의 강점 중 하나는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 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SK는 23일 LG와의 문학 경기에서도 백업 선수들의 활약 속에 완승을 거뒀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평소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을 대거 스타팅으로 내세웠다. 2루수와 유격수에는 정근우와 나주환 대신 김연훈과 최윤석이 선발로 출전했다. 주전 포수 박경완을 대신해 정상호가 마스크를 썼고, 전준호는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LG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던 전준호는 6이닝 2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틀어막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올 시즌 거둔 2승이 모두 LG를 상대로 한 것이다. 2005년 이후로 따지면 LG전 7연승. 포수 정상호는 2회 상대 선발 박현준을 상대로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렸고, 김연훈은 4타수 2안타를 쳤다. 김연훈은 4회와 9회 이대형의 안타성 타구를 멋지게 잡아내며 수비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김연훈과 최윤석의 수비 솜씨에 김 감독은 “오히려 정근우나 나주환보다 나은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치열한 도루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대형은 6회 2루 도루에 실패하며 여전히 롯데 김주찬(61개)에게 1개 차로 뒤졌다. 이날 3-0으로 승리한 SK는 83승째를 거둬 2008년 기록한 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보태면 2000년 창단 이후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경신한다.

두산은 넥센과의 잠실 경기에서 4-4 동점이던 8회말 터진 이성열의 결승 2점 홈런에 힘입어 6-4로 승리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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