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호기심천국] 투수는 손이 크면 유리할까? “더 위력” vs “크기 상관없어”

동아닷컴 입력 2010-09-04 07:00수정 2010-09-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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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 검지-중지 사이 찢는 수술도
농구선수 서장훈보다도 손이 크다고 주장하는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왼쪽)와 손이 큰 편이 아닌 류현진이 손을 맞대고 크기를 비교하고 있다. 작은 사진으로 보면 둘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 단번 에 알 수 있다. 스포츠동아 DB

투수치고는 손이 유난히 작았던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오른쪽)가 넥센 투수진 중에 손이 큰 편에 속하는 김성태와 손을 비교하고 있다.
투수는 뭐든지 크고 길면 좋다고 한다. 다리가 길면 스트라이드를 더 넓게 할 수 있고, 팔이 길면 릴리스 포인트를 좀 더 앞으로 당길 수 있다. 신장이 크면 당연히 타점이 높아진다. 그래서 스카우트들은 체격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

‘크고 길면 좋다’의 또다른 대상은 손. 하지만 류현진처럼 손이 작은 특급 투수도 존재하고, 손이 너무 크면 도리어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손이 큰 투수는 더 유리할까.

▶긴 손가락 부럽기만 하더라!
공 긁히는 면적 넓어 더 많은 힘 전달
포크볼·체인지업·팜볼은 길면 유리
투수들 검지-중지 사이 찢는 수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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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난 긴 손가락이 부럽기만 하더라!’
투수들 사이에서는 “손이 크고 손가락이 길면 더 좋다”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가장 큰 이유는 “손이 크면 아무래도 공이 닿는(긁히는) 면적이 더 크기 때문에 공에 더 많은 힘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야구 선수 중에 손이 나보다 작은 사람은 못 봤다”면서 “나는 현역시절 손가락 긴 투수들이 부럽기만 했다”는 비애(?)를 털어놓기도 했다.

꼭 직구뿐만이 아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포크볼과 체인지업, 팜볼에 한해서는 손가락이 길면 유리하다”고 했다. 포크볼은 손가락에 더 깊숙하게 끼울수록 더 위력적이다. 체인지업도 공을 손 안으로 더 많이 감쌀수록, ‘감속효과’에 도움이 된다.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크기가 작은) 탁구공을 던진다고 생각해보라. 속도를 더 줄일 수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런 장점들 때문에 검지와 중지 사이를 찢는 수술을 한 투수도 있었다. “학생시절 공을 손에 끼워두고 테이프로 감고 잤다”는 송승준(롯데)처럼 ‘긴 손가락’의 로망을 간직한 투수들은 분명 존재한다.

○손가락 ‘길이’ 보다는 손가락 ‘힘’이 투구능력과 연관
하지만 손 크기(또는 길이)와 투구능력은 별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야구인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선동열, 정민태, 류현진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투수들 사이에서는 도리어 ‘작은 손’이 주류다. 최동원과 김시진도 손가락이 긴 편은 아니었다.

포크볼이야말로 긴 손가락이 가장 유리한 구종이라고 하지만, 이상목과 홍우태 등 소문난 포크볼러 가운데는 손이 크지 않은 선수도 있었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 등은 “손과 관련된 것이라면, 손 크기보다는 손가락 힘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공을 놓는 순간 더 강하게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손가락 힘의 중요성을 ‘릴리스’ 동작과 연관지어 설명한다면, 넥센 김성태의 강조점은 다소 다르다.

“손가락 힘이 좋으면 ‘테이크백’ 동작에서 공을 더 ‘강하게 버티다가’ 튕길 수 있다. 줄을 당기기 어려운 활이 화살을 더 세게 날려 보내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테이크백과 릴리스 중 어느 부분을 강조하든, 손가락 힘이 투수에게 중요하다는 것은 야구계의 상식이다.

투수들이 손가락 단련을 위해 하는 훈련은 다양하다. 손가락으로 정구공 누르기, 공 던지는 세 손가락(엄지·검지·중지)만으로 팔굽혀펴기, 쌀 속 헤집기 등. 정민철 코치는 “처음 일본에 진출했을 때, 선동열 감독님으로부터 푸시업(세 손가락)을 많이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무릎을 꿇고 하라는 구체적인 트레이닝 방법까지 소개해 주셨다”고 했다.

손가락 힘에 대한 강조는 동서양이 마찬가지. ‘텍사스 특급’ 놀란 라이언의 경우, 공을 꽉 잡고 있으면 그 공을 도저히 뺄 수가 없었다는 얘기도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정 코치는 “98년 미국에 가보니, 샌디에이고 선수들도 ‘쌀 헤집기’를 한다더라”며 웃었다.

▶‘길이’ 보다 ‘힘’이 중요해!
힘 좋아야 공을 강하게 버티다 튕겨
세 손가락 푸시업 등 손가락 단련도
큰 손 정민철 투구버릇 노출 등 불편

○정민철 ‘손 너무 크면, 그립 불편하고 버릇 잘 읽힐 수도…’
특급투수 가운데 손이 큰 선수로는 박찬호와 정민철 코치가 있다. 박찬호의 공주고 동기이자, 정 코치의 한화선수시절 동료였던 넥센 홍원기 코치는 “박찬호도 농구공을 잡을 정도지만, 정민철의 손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 번은 정민철과 맥주를 마시는데 맥주잔이 소주잔으로 보였다”고 했다.

정민철 코치는 전 프로농구 선수 이상민과 절친한 사이라 농구선수들과도 교류가 있는데, 본인 말을 빌리자면 “서장훈(전자랜드·207cm) 보다 내 손이 더 크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정 코치는 “손이 길어서 편했던 점은 공을 잘 바꾸지 않았던 것 뿐”이라고 했다. 모든 공들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는데, 주로 손이 작은 선수들이 공에 더 예민하다. 공 교체도 더 잦다.

정 코치는 “도리어 나는 너무 손이 커서 그립에서 불편한 점이 있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투수들은 직구를 던질 때 손가락이 길든 짧든, 검지·중지가 실밥에 닿는 부분이 일정하다.

손가락 끝과 손가락 첫째 마디 사이다. 손이 크면 실밥과 손가락을 맞추려고 손을 뒤로 빼는데, 그러면 엄지와 검지 사이를 잇는 홈 부분과 공 사이가 많이 뜨게 된다. 이 점 때문에 공에 힘이 덜 실리거나 컨트롤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 야구공보다 작은 공을, 야구공 쥐듯 잡고 던질 때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정 코치는 또 다른 단점도 소개했다. “투구 버릇이 잘 노출 된다”는 것이다. 타자입장에서는 투수의 손이 크면, 글러브 안에서 이루어지는 손동작을 파악하기 쉽다. 정 코치는 “와인드업을 할 때 특히 (버릇을) 많이 들켜서 애를 먹었다”면서 “나중에는 (손을 가리기위해) 글러브를 큰 것으로 바꿨다”며 웃었다.

다소 과한 예이기는 하지만, 2005년 K-1스타 최홍만이 수원에서 시구를 할 때 소프트볼만한 사인공을 썼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도저히 야구공 컨트롤이 안됐기 때문이다. 손 크기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인 셈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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