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군 나가신다”… 날아오른 ‘작은 새’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국내 프로스포츠 첫 여성사령탑 조혜정 GS칼텍스 감독, 데뷔전서 승리

승리의 환호성 속에 ‘나는 새’는 두 팔을 활짝 펼쳤다. 34년 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한국에 사상 첫 올림픽 단체종목 메달을 안겼을 때처럼.

화끈한 공격배구로 조련, 강호 현대건설 3-0 완파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최초의 여성 사령탑인 GS칼텍스 조혜정 감독(57·사진)이 데뷔 무대를 승리로 장식했다. GS칼텍스는 2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IBK 기업은행컵 여자부 A조 개막전에서 현대건설을 3-0(25-20, 25-19, 25-18)으로 눌렀다. 취임하면서 “선수와 팬 모두 즐거운 신바람 배구를 하고 싶다. 발로 뛰는 팀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던 그의 공언대로 GS칼텍스는 화끈한 공격 배구로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조 감독이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이날 양복을 입는 남자 감독들과 달리 흰색 블라우스에 발목이 보이는 카키색 바지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조 감독이 4월 GS칼텍스를 맡자 배구계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떠돌았다. ‘GS칼텍스가 첫 여성 감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한다’는 얘기는 그나마 나은 편. 심지어 다른 팀 감독들이 ‘GS칼텍스만은 꼭 이기자’고 했다는 루머까지 나왔다. 그만큼 첫 여성 감독이라는 자리는 영광인 동시에 부담이었다. 조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진짜 많이 떨었다. 데뷔전이라 많이 긴장했다.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셨는데 이겨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1976년 헝가리와의 동메달 결정전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는 “그때는 이성을 잃었을 정도였다. 매일 부르던 노래 가사가 생각이 안 났는데 지금은 가사는 생각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1977년 은퇴 뒤 현대건설 코치를 거쳐 이탈리아 2부 리그에서 뛰었고 한동안 코트를 떠났다 2008년부터 KOVO 경기위원으로 다시 배구와 인연을 맺었다.

“몬트리올올림픽 銅이후 가장 많이 떨었던 것 같아”

조 감독은 29일에도 코치들과 함께 수원실내체육관을 찾았다. GS칼텍스의 경기는 없었지만 전력 분석을 위해서였다. 그는 “가족들이 많이 좋아했다. 축하 문자도 쇄도했다”고 기뻐하면서도 “이제 한 경기를 했을 뿐”이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보였다.

수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돌아온 김연경 17득점▼
흥국생명, V리그 챔프 KT&G 완파,남자 우리캐피탈, 삼성화재 눌러

역시 김연경(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 수원·IBK 기업은행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지난 시즌 V리그 챔피언팀인 KT&G를 3-0(25-21, 25-15, 25-18)으로 완파했다. 전날 수원시청을 3-0으로 꺾은 흥국생명은 2연승으로 준결승 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주포’ 김연경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4월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일본 JT로 임대됐다. 1년 4개월 만에 국내 팬들 앞에 선 김연경은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상대 선수들의 블로킹 위에서 때리는 스파이크는 위력적이었고 블로킹에도 적극 가담하며 상대팀을 압박했다. 특히 위기마다 결정적인 한방을 때리며 ‘왜 김연경인지’를 보여줬다.

김연경은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7득점에 48.15%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김연경은 “모처럼 국내무대에서 뛰니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금세 호흡이 잘 맞아 즐거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대표팀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일본으로 돌아간다.

한국도로공사는 황민경(17득점)과 김선영(14득점) 쌍포를 앞세워 현대건설을 3-2(16-25, 25-21, 25-23, 14-25, 15-10)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도로공사는 전날 현대건설을 꺾은 GS칼텍스와 함께 준결승 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남자부에서는 우리캐피탈이 지난 시즌 챔피언팀인 삼성화재를 3-1(22-25, 25-18, 29-27, 28-26)로 꺾었다.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둥지를 옮긴 박철우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7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수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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