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Golf]바람부는 날엔 왠지 ‘0번 아이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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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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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이시카와 비장의 무기… 공 낮게 깔리며 멀리 날아가

미국 뉴저지 주 스프링필드의 밸투스롤GC 17번홀(파5)은 650야드로 어지간한 장타자는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리는 2온은 꿈도 못 꾸는 홀이다.

하지만 1993년 US오픈 때 이곳에서 기적 같은 2온이 나왔다. 주인공은 ‘괴력의 장타자’ 존 댈리. 당시 비거리는 지금보다는 다소 짧은 630야드였지만 댈리의 2온은 두고두고 큰 화제가 됐다.

당시 댈리가 사용했던 비장의 무기는 이름도 생소한 ‘0번 아이언’이었다. 댈리는 드라이버로 325야드를 날린 뒤 0번 아이언으로 305야드를 때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기 힘든 밸투스롤GC 17번홀 2온의 역사를 만들었다.

댈리가 사용했던 0번 아이언의 로프트는 13도. 3번 아이언의 로프트가 21도 내외임을 감안하면 페이스 면이 거의 직각이나 다름없다. “완벽한 라이가 아닌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고 푸념하곤 했지만 댈리는 0번 아이언으로 다른 프로 선수들의 드라이브 거리인 290야드를 쉽게 날렸다.

댈리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보였던 0번 아이언을 올해 일본의 ‘천재 골퍼’ 이시카와 료가 되살렸다.

7월 바닷가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용품 스폰서인 요넥스가 이시카와의 주문에 따라 0번 아이언을 만든 것이다. 이시카와의 0번 아이언 로프트는 16도로 댈리의 것보다는 다소 높다. 하지만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럽처럼 헤드 뒤편에 무게를 실어 정확성을 높였다.

브리티시오픈에 앞서 출전한 유럽투어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이시카와는 0번 아이언을 실전에 사용했다. 지난달 8일 열린 1라운드 4번홀(파4)에서 앞바람이 심하게 불자 0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것. 공이 낮게 깔려 날아가더니 페어웨이에 떨어졌고 이시카와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이시카와는 0번 아이언으로 보통 250∼260야드를 날린다. 2번 아이언(240야드)보다는 멀리 나가고 3번 우드(270야드)보다는 약간 짧다. 이시카와는 “역풍이나 옆바람이 불 때도 0번 아이언으로 치면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생각보다 다루기도 쉽다”고 말했다.

0번 아이언은 요즘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다루기 쉬운 하이브리드 클럽이 속속 출시되면서 최근에는 1번이나 2번 아이언은 물론이고 3, 4번 아이언을 잡지 않는 프로도 적지 않다. 피팅 전문회사 MFS맞춤골프의 전재홍 사장은 “요즘 대세는 분명 하이브리드다. 개인이 좋아서 쓴다면 모를까 요즘 같은 세상에서 굳이 어려운 0번 아이언을 쓰려는 골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카와는 9월 10∼12일 제주 해비치CC에서 열리는 한일프로골프 국가대항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시카와의 골프백 속에는 이번에도 0번 아이언이 들어 있을까. 바람 많은 제주도이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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