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지역색’ 헐뜯는 댓글 도넘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8월 24일 07시 00분


프로스포츠가 제대로 정착했느냐, 아니냐의 기준점은 ‘지역감정’이 어느 정도 이입되었느냐에 달려있다. 영국의 EPL, 미국 프로스포츠, 일본 프로야구 등은 모두 ‘지역감정’을 먹고 산다.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지역색이 강한 스포츠는 프로야구다. 프로야구가 오늘날 한국에서 최고의 프로리그로 대접받는 이유도 지역에 빨리 정착했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출범할 때 선수구성부터 지역중심으로 짰다. 프로스포츠에서 애향심을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 요미우리와 한신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기저에는 지역감정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지역동일체’는 프로스포츠 발전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스포츠세계에서 지역감정은 ‘장려’되는 것이 마땅하다.

1980년대 해태와 삼성의 라이벌 구도도 ‘지역감정’이 일조를 했다. 한국 프로야구가 빠른 시간 안에 정착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스포츠세계에서의 지역색이나 지역감정이 ‘정치색’으로 나타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2010 프로야구에서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중에 하나는 KIA관련 기사에 대한 악성 댓글이다. ‘전라디언’, ‘홍어’, ‘좌빨’등으로 대변되는 악성댓글이 도를 넘고 있다. 네티즌의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위험할 정도다. 굳이 한국의 현대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할 말들은 구분해야 한다. 상대에게 분노와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말과 글은 자제해야 한다. 일간지의 정치관련 기사에 대한 악성댓글보다 더한 댓글이 포털사이트 프로야구 기사에 달린다는 것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한국프로야구 팬들의 수준을 의심하게 할 수도 있다.

5.18이후 한국 정치가 전라도 고립정책을 통해 재편한 역사를,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프로야구 팬들이 답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치의 파시즘, 일본의 이지메, 북한의 전체주의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이 땅의 일부 프로야구팬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부 팬들의 치기라 해석하기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잘못하다간 미증유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다른 스포츠나 정치, 사회분야가 아닌 하필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양식있는 팬들이 앞장서서 일침을 가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 뿐이다. 한국 프로야구 팬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낮지 않음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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