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스타돼 얼떨떨… 더 큰 사고 칠래요”

  • Array
  • 입력 2010년 8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인기폭발 20세이하 여자축구 대표팀 문소리-김나래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의 주역인 골키퍼 문소리(오른쪽)와 미드필더 김나래가 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서로의 등을 맞댄 채 포즈를 취했다. 서로 덜 먹는다며 티격태격하던 이들은 사진을 찍을 때 170cm의 김나래가 173cm의 문소리 옆에서 발꿈치를 들어올리며 똑같이 보이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변영욱 기자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의 주역인 골키퍼 문소리(오른쪽)와 미드필더 김나래가 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서로의 등을 맞댄 채 포즈를 취했다. 서로 덜 먹는다며 티격태격하던 이들은 사진을 찍을 때 170cm의 김나래가 173cm의 문소리 옆에서 발꿈치를 들어올리며 똑같이 보이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변영욱 기자
“많은 사람이 알아봐서 기분은 좋은데…. 좀 어색하기도 해요.”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행복해 보였다. 그럴 만했다. 20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은 최근 독일에서 끝난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다. 남녀 대표팀 통틀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후 대표팀은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여자축구가 이렇게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끈 적은 없었다. 이 중 눈에 띄는 선수는 ‘얼짱 골키퍼’ 문소리(20·울산과학대)와 가나전 대포알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린 김나래(20·여주대)다. 4일 귀국한 뒤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6일 어렵사리 만났다.

○ 관심 “사람들이 알아봐 신기”

이들이 대회 뒤 가장 달라진 점으로 꼽은 것은 주변의 관심. 독일로 떠날 때 공항에는 선수단 가족만 나왔다. 빨간 유니폼을 입은 이들을 보고 “붉은악마 응원단인가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귀국하는 날 공항에는 400여 명의 팬과 취재진이 몰렸다. 쏟아지는 관심에 이들의 소감은 한마디로 ‘얼떨떨하다’였다. “팬이 많이 생겼어요. 밖에 나가면 알아보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줄은 몰랐어요.”(문소리) “대회 전에 인터뷰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인터뷰를 한 것 같아요. 택시를 탔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알아봐 정말 놀랐어요.”(김나래)

○ 야속 “우리가 못해 왔으니 당연”

관심이 고맙기만 하다는 이들. 하지만 그동안 관심도 못 받고 인기도 없었다는 점에 서러웠던 적은 없었을까. 의외로 이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동안 여자 축구가 못했으니 관심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현실을 잘 알기에 이들은 2008년 8월 대표팀 소집 뒤 훈련에 열중했다. 이런 날이 꼭 오길 바라며. “우리가 대회에 나가는 걸 알았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거예요. 2년 전부터 모여 훈련했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우리가 못했으니 그렇죠. 이번 대회를 계기로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오래가길 바라요. 그렇게 되려면 앞으로 우리가 더 잘해야죠.”(문소리)

○ 얼짱 “악플 많이 올라올까 걱정”

문소리는 예쁜 얼굴로 누리꾼 사이에서 얼짱으로 불렸다. 김나래는 “지금껏 소리가 예쁜 줄 몰랐다. 지금 보니 예쁜 것 같다”며 웃었다. 싫지 않은 표정을 지은 문소리는 “예쁘지도 않은데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 누리꾼들이 악플을 남길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중학교 3학년 때 골키퍼 장갑을 꼈다. 지금까지 딱 1년만 골키퍼 코치가 있었다. 나머지 시간은 개인훈련을 했다. 하지만 그에게 고마운 스승이 있다. 다름 아닌 스페인 대표팀의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 “카시야스의 경기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왜 많은 세계적인 골키퍼 중 카시야스일까. “잘생겨서요.”

○ 목표 “3위? 이제부터가 시작”

월드컵은 끝났지만 이들은 곧 있을 국내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쉬고 싶을 법도 하다. 하지만 더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빨리 소속 팀에 돌아가서 이번 대회에서 쌓은 경험을 동료들이나 관중에게 보여주고 싶어요.”(문소리·김나래) 2년간 월드컵 준비에만 집중하다 보니 남자 친구 만들 틈도 없었다던 두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축구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없다는 이들은 다음 목표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보내주신 관심 계속 보내주세요. 앞으로 여자 축구가 더 큰 사고를 치겠습니다.”(문소리·김나래)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