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낭자 “바닷바람이 야속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8월 2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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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티시 여자오픈 최종

변덕스런 링크스 코스에 적응못해
김인경·최나연·서희경 ‘톱5’ 만족
공동14위 신지애 첫 더블파 ‘악몽’
대만 청야니 코스 꿰뚫고 11언더V


우리 선수들에게 단 세 차례 밖에 우승을 허락하지 않은 브리티시여자오픈이 다시 한번 태극낭자를 외면했다.

한국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링크스 코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링크스(Links)는 코스의 형태가 아닌 특정지역을 뜻한다. 스코틀랜드 해안근처에 위치한 모래언덕의 황야지대를 가리켜 ‘링크스’라고 부른다. 이런 지형에 들어선 골프코스를 링크스 코스라고 한다. 잘 다듬어진 국내의 골프코스를 보다 링크스 코스를 보면 황량한 느낌을 주는 것도 지형의 특성 때문이다.

링크스 지형의 또 다른 특징은 돌풍에 가까운 강한 바람과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해가 쨍하게 떴다가도 금세 비가 쏟아지거나, 돌풍이 불어온다. 골프가 자연과의 싸움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시시 때때로 불어온 강풍이 선수들을 골탕 먹였다. 대회 장소인 로열 버크데일 골프링크스 역시 잉글랜드 리버풀 인근에 위치한 해안지역이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공이 날아가는 거리가 달라지고, 똑바로 날아가던 공도 바람을 타고 코스 밖으로 떨어진다. 다시 말해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신지애(22·미래에셋)도 강풍 앞에 무릎을 꿇었다. 3라운드 11번홀에서 드라이버 샷이 바람을 타고 왼쪽으로 감기면서 깊은 러프로 떨어졌다.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차오르는 러프 속에서 겨우 공을 찾아 플레이를 계속했지만 신지애가 받아들인 성적은 더블파, 일명 양파다. 신지애가 공식 대회에서 더블파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홀에서만 4타를 까먹고 선두경쟁에서 밀려났으니 신지애로서는 바람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 대회 전 “링크스 코스를 좋아한다. 링크스 코스를 정복할 확실한 전략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신지애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허탈해했다.

이번 대회에서 링크스 코스의 장단점을 잘 이용한 선수가 청야니(대만)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한 청야니는 최종 4라운드에서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4라운드 내내 큰 실수가 없었다. 변화무쌍한 링크스 코스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건 그만큼 코스를 잘 파악했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선수들은 한두 번씩 찾아온 고비를 넘지 못했다. 김인경(22·하나금융)과 함께 공동 3위에 오른 최나연(23·SK텔레콤)은 첫날 2오버파 74타를 쳤던 게 마지막 선두 경쟁에 걸림돌이 됐다.

링크스 코스 경험이 부족한 서희경(24·하이트)도 첫날 1오버파 73타로 부진했던 게 아쉽다. 서희경은 2∼3라운드에서 모두 언더파 성적을 내 최종순위 공동 5위(6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한편 3라운드에서 77타를 쳐 공동 37위까지 밀려났던 박인비(22·SK텔레콤)는 마지막 날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9위까지 다시 순위를 끌어올리는 뒷심을 보였다. 신지애는 공동 14위(1언더파 287타)로 대회를 마쳤다.

● 세계랭킹 이어 ‘올해의 선수’ 혼전

올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선수는 모두 4명이다. 은퇴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 이어 신지애, 미야자토 아이(일본), 크리스티 커(미국)가 번갈아 1위에 올랐다. 신지애는 4위까지 떨어졌다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으로 다시 1위에 복귀했다.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청 야니(대만)가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146점이 돼 142 점에 그친 미야자토 아이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올해의 선수는 지난해에도 오초아와 신지애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크리스티 커가 133점으로 3위, 최나연 111점, 신지애 105점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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