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역사상 첫 3위라는 위업을 이룬 20세 이하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과연 황금 세대로 불릴 만했다. 그 중에서도 '황금 트로이카'로 불린 세 명의 대회 활약이 대단했다.
'여자 박주영' 지소연(19·한양여대), '여자 이청용' 이현영(19), 힘이 넘치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나래(20·이상 여주대)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익힌 탄탄한 기본기, 오래 호흡을 맞춰 이룬 팀워크가 강점이다.
독일과 준결승전에서 후반 19분 환상적인 드리블과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던 지소연은 이날 처진 공격수 권은솜(20·울산과학대)과 호흡을 맞춰 콜롬비아 진영을 휘저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지소연은 스피드가 좋고 반 박자 빠른 슈팅이 박주영을 연상케 한다. 첫 번째 볼 터치에서 드리블, 슈팅으로 이어가는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유연하다"고 극찬했다. 키는 161cm로 크지 않지만 시야가 넓고 볼 컨트롤과 패싱 능력도 수준급이라 상대 팀의 집중 수비를 받을 경우 다른 선수들에게 득점 기회를 살려주는 데도 탁월하다.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에선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찬사를 받았던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에 비교된다.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2골을 터뜨린 이현영은 원래 스트라이커 출신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주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골잡이답게 이번 대회에서도 5경기에서 3골을 넣는 골 감각을 보여줬다. 박기봉 여주대 감독은 "볼 컨트롤과 스피드에서 지소연에게 뒤지지 않는다. 축구 센스도 타고 났다"고 평했다. 이현영은 또 지소연과 오래 대표팀 생활을 하며 눈빛으로도 소통할 만큼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한다. 2008년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지소연이 2골, 이현영이 3골을 넣으며 8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미드필더 김나래는 한국 3위 등극의 숨은 주역. 키 172cm로 골키퍼를 제외하면 최장신인 그는 체격 조건이 좋은 상대 선수들과의 몸싸움에 밀리지 않고 상대 공격을 침착하게 차단해 승리의 기반을 만들었다.
8강 진출을 확정지었던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30m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기도 했던 김나래는 이날 경기에서도 몇 차례 중거리 슛으로 콜롬비아 문전을 위협했다. 또 상대 진영 깊숙이 정확하게 볼을 전달하는 등 한국 공격의 시작점이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부지런하고 헌신적인 플레이가 남자 대표팀의 김정우와 닮았다. 뛰어난 대인마크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여자 축구는 이제 시작이다. 세계를 호령한 황금 세대, 황금 트로이카의 존재는 큰 희망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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