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전구장에서는 전혀 예기치 못한 ‘전설’과 ‘전설’의 만남이 이뤄졌다. 전날 전격적으로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삼성 양준혁(41)과 지난해를 끝으로 21년간의 프로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올해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2군에서 연수 중인 송진우(44)였다. 양준혁이 대전구장 기자실에서 약식 인터뷰를 마친 뒤 자리를 뜨려던 찰나 송진우가 나타났다. 송진우는 일본 올스타 브레이크를 이용해 23일 잠시 귀국했다. 한화 이경재 사장과 윤종화 단장에게 인사차 대전구장을 찾았다가 먼발치에서 양준혁을 발견하고는 격려차 들른 참이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양준혁의 은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양준혁이 “반갑습니다. 선배님”하며 환한 표정으로 맞자 ‘웬일이냐’(왜 원정팀 선수가 홈팀 기자실을 차지하고 있느냐)는 듯 “고생한다”고 답했다. 뒤늦게 사정을 파악한 송진우는 “일본에서는 신문을 꼭 챙겨봤는데 귀국해서는 전혀 (신문을)보지 못했다”며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은퇴를)결심하느라 힘들었겠다. 잘 했다”며 양준혁의 손을 꼭 잡았다. 시즌 후 연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양준혁은 “그렇찮아도 (시즌)끝나면 공부하러 갈 생각인데 선배님 (일본) 연락처 좀 주세요”라며 손을 내밀었다.
1989년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송진우는 지난해까지 672경기(3003이닝)에서 210승103패17홀드103세이브, 방어율 3.51을 올린 전설의 투수다. 통산 최다승을 비롯해 최다투구이닝, 최다타자상대(1만2708명), 최다탈삼진(2048) 등 불멸의 기록들을 남겼다. 타자 부문의 통산 기록 대부분을 보유한 양준혁과는 대척점에 있는 대투수다. 2000년 선수협의회 결성 당시에는 회장 송진우를 양준혁이 힘차게 뒷받침한 각별한 인연도 있다. 그런 두 사람이 한해 차이로 잇달아 퇴장을 선언했고, 공교롭게도 이날 우연히 마주쳤다. 한국야구사의 한 페이지씩을 장식할 두 거물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