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손’ 조광래를 거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1일 2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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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이청용’ 발굴 등
선수 잠재력보는 안목 탁월

"한 마디로 미다스의 손이죠. 옆에서 지켜보면 감탄사가 나옵니다."

경남 골키퍼 김병지(40)는 조광래 감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선수를 볼 때 기준이 확실하다. 이름값보다는 직접 플레이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 잠재력을 평가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의 말대로 조 감독의 선수 보는 안목은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손을 거친 선수로만 팀을 꾸려도 당장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이제 막 월드컵이 끝난 상황에서 4년 뒤를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카드로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조광래의 아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청용(볼턴). 조 감독은 안양 LG(현 FC 서울)감독 시절이던 2003년 중학생이던 이청용의 플레이를 보고 반해 1억 원이 넘는 파격적인 계약금을 주고 데려왔다. '축구 천재' 박주영(모나코)과도 같은 해 인연이 있었다. 당시 청구고 3학년이던 박주영의 플레이를 눈여겨 본 조 감독은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대구 집까지 찾아가 설득했다. 일단 대학에 보내겠다는 가족의 반대로 즉시 영입은 실패했지만 나중에 박주영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박주영은 조 감독이 서울을 떠난 다음 해인 2005년 입단해 둘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이영표(알 힐랄)와 김동진(울산 현대)도 조 감독의 애제자다. 조 감독은 둘을 영입한 뒤 대표급 수비수로 키워 2000년 LG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가시마) 역시 조 감독의 작품. 이정수는 2002년 안양 입단 당시 공격수였지만 조 감독의 설득으로 수비수로 전향한 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서울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유럽에서 지도자 공부를 하던 조 감독은 당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하던 박지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맨유, 첼시 등 빅 클럽들의 적극적인 구애로 고민하던 박지성에게 맨유 입단을 권유한 것은 그였다.

2006년 경남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그의 안목은 빛을 발했다. 이용래, 윤빛가람, 김동찬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경남은 '경남유치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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