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정수 형이랑 정말 안 맞았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3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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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나이지리아전을 끝으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염기훈 선수는 "선수들 모두 소리 지르고 웃으면서 박수 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다들 약간 미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청용은 "난 울지 않았지만 몇 몇 선수들은 우는 것 같았다. 감독님은 23명 선수 모두를 일일이 안아주셨다"고 말했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라커룸을 찾아 "병역혜택이 가능한지 알아보겠다"는 말을 전했을 때는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고.

골키퍼 정성룡은 김남일이 실수로 허용한 페널티킥으로 실점하던 순간을 떠올리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코칭스태프가 나이지리아에 페널티킥 기회가 생기면 우체가 차게 될 것이라고 귀띔해줬고 우체는 주로 왼쪽으로 찬다고 방향까지 일러줬다. 그런데 정작 키커로 나선 것은 야쿠부였다"며 "당황해서 벤치를 보니 아무런 사인도 주지 않았다"고 웃었다. 야쿠부의 골을 막지 못한 후 "(이)운재 형을 보니 뒤늦게 방향을 표시해주고 있었다"는 것.

기성용은 "셀틱에서 3개월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동안 대표팀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프리킥과 체력 훈련을 틈나는 대로 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 확신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내비쳤다.



▲ 23일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최종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이정수가 동점골을 넣고 있다. 전영한 기자
그는 이번 대회에서 이정수와 두 골을 이뤄낸 데 대해 "사실 연습 때는 정수 형이랑 정말 잘 안 맞았다. 내가 차면 엉뚱한 데 가 있고 그랬다. 경기 전 정수 형이 '오늘 경기에서 너랑 나랑 얼마나 잘 맞는지 한 번 보자'며 각오를 다졌는데 이제는 뭔가 잘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군인 신분의 김정우는 "경기 끝나고 부대장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경기를 다 봤고 너무 수고했다'고 격려해 주셨다"며 "월드컵 원정 16강이면 포상 휴가감 아닌가?"라며 웃었다.

역전골을 터뜨린 박주영도 "프리킥을 차던 순간 수비수에게 가려 골인지 몰랐다. 골망이 출렁이는 걸 보고서야 골인 줄 알았다"며 모처럼 환하게 웃어 보였다.

주장 박지성은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16강이 이렇게 힘든 건 지 새삼 깨달았다. 오늘은 모든 걸 잊고 16강 진출을 즐기고 싶다"고 했고 이영표도 "원정 16강이라는 큰 일을 이룬 날이다. 오늘은 정말 마음 껏 즐기고 웃을 수 있는 특권이 우리에게 있다. 오늘만큼은 선수들 비판을 하지 말아달라. 비판이 있더라도 단호히 거부할 권리가 있는 날이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 다시보기 =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 또 해냈다…나이지리아전 동점골 장면




▲ 다시보기 = 대한민국 ‘아침의 기적’…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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