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정성룡 “내가 최고다 외치자 공포가 사라졌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6월 14일 07시 00분


GK정성룡이 사는 법

지난해 A매치 전무…단한번 원망 없어
경험부족 약점마저 성실함으로 극복해

“내가 대한민국 대표 골키퍼라는 자부심으로 긴장감을 이겨냈다.”

정성룡(25·성남 일화)은 12일(한국시간) 그리스와의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후 가장 늦게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왔다. ‘주장’ 박지성과 함께 도핑 테스트 대상자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꿈의 무대’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선수답지 않게 표정은 담담했다.

이날 아침 김현태 GK 코치의 호출을 받았다.

“그리스 전 선발이다. 긴장하지 말고 가진 실력을 모두 보여줘라.”

사실 어느 정도 기대는 했다. 그리스는 장신 선수가 많은데 공중 볼 처리 능력만큼은 한국 최고라는 평을 들었다. 최근 팀 훈련의 자체 청백전에서도 주전 팀의 골문을 지키는 횟수가 부쩍 많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경험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월드컵에서 골키퍼 실수는 곧바로 실점이고 곧 팀의 패배로 이어진다.

경기장에 들어서며 2008베이징올림픽을 떠올렸다.

한국은 1승1무1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의 슛을 막아본 경험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었다.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상대 크로스를 한 차례 잡아내자 긴장도 사라졌다. 머리 속이 텅 비었다. 상대 공격수들의 발과 공만 보였다. 그렇게 무념무상의 상태로 무실점 수비를 이끌며 원정 월드컵 사상 유럽 팀을 상대로 한 첫 승리의 주역이 됐다.


○롤러코스터 행보 끝에 잡은 기회

최근 2년 간 그의 A매치 축구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허 감독이 2007년 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곧바로 주전 수문장으로 기용됐다. 2008년 16경기 중 12경기에 출전했다. 그 중 8번이 선발이었고 5골만 내줬다. 이대로만 가면 월드컵에서 뛰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해 11월 사우디 원정을 앞두고 모든 게 바뀌었다. 최고참 이운재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수비 리딩과 노련함을 무기로 그를 밀어냈다. 2009년 단 한 번도 A매치에 출전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속상한 티를 내지 않았다. 묵묵하게 연습 때마다 몸을 날렸고 그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쥐었다.

월드컵에서 주전 수문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바뀌지 않는다. 17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도 선발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만약에 나갈 수가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내일부터는 아르헨티나만 생각 하겠다”고 그는 포부를 밝혔다.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