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KIA 장성호가 꼴찌 한화를 날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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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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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락가락해요. 낼모레면 1억 관중인데, 찌푸린 하늘이 원망스러워요. ‘김광현 대 류현진’의 빅매치도 비에 씻겨 내려갔어요. 하지만 다행일 수도 있어요. 칼은 빼들 때가 아니라 빼내기 전이 가장 무서운 법이거든요. 언제 성사될지 몰라야 팬들 관심도 시들지 않을 거예요.

○피의자 폭행하면서 형량 때리는 재판관


22일 잠실구장이에요. LG 박종훈 감독이 6회 정성훈 삼진 때 쌍권총처럼 양손 엄지, 검지 세워 권영철 주심 허리춤 찌르며 항의하다 퇴장당했어요. 박 감독 모자 내팽개치며 흥분해요. 야구에서 여기까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요. 메이저리그에서는 베이스 뽑아 집어던지는 감독, 흙 파서 홈플레이트 덮어버리는 감독도 있어요. 그것도 야구의 재미예요. 퇴장 각오하고 하는 행동이니 여기서 끝내야 해요. 물론 심판 몸에 손댄 건 잘못이에요. 그런데 이후가 문제에요. 한국만의 이상한 풍습 작렬해요. 심판이랑 감독만 싸우면 되는데 LG 코치진과 심판진도 모두 몰려와요. 게다가 최규순 2루심이 더 흥분해 양손으로 감독 가슴팍 밀쳐버려요. 이런 시베리안 허스키. 동서고금 막론하고 심판이 감독 폭행하는 장면 처음 봐요. LG 김영직 수석코치 열 받아 ‘XX’ 날려요. 또 퇴장. 선수단과 심판이 벤치클리어링 할 기세에요. 심판은 그라운드의 판관이라는데, 법에 따라 시시비비만 가리면 돼요. 양팀 분쟁 조정하고 경기 원활하게 진행해야 할 심판인데, 법관이 피의자 잘못했다고 폭행하면서 형량 때리는 꼴이란…. 상대가 김응룡, 김성근 감독이었으면 그럴 수 있었을까요? 심판들 “우리도 사람인데”라고 말해요. 그러나 심판은 가장 냉정해야 해요. 감정 앞세운 보복판정, 오심에 따른 보상판정은 더 큰 문제 낳아요. 한번의 오심은 괜찮은데 그게 오히려 심판불신 조장해요.

○한대화 매직, 트레이드설 덕분인가 봐요


한화 선수들 요즘 불안해요. KIA와 트레이드설, 겨울부터 나온 얘기인데 이달 들어선 정설처럼 굳어졌어요. 구단에서도 이 카드, 저 카드 맞춰보고 있다고 얘기해요. 선수들 사이에 카더라통신, 유언비어 난무해요. “장성호 받고 누가 간다더라.” 소문에 귀 기울이다보니 귀는 당나귀 귀, 눈 굴리며 눈치보다보니 안구는 도롱뇽 됐어요. 스리랑카 십장생같은 상황이에요. 트레이드라는 게 쥐도 새도 모르게 이뤄져야하는데, 이놈의 트레이드는 개나 소나 다 알게 됐어요. 트레이드 상대로 이름 거론되는 선수는 잠이 오지 않아요. 헛소문일 뿐이라도 당사자는 불안해 소화도 안돼요. 변비까지 걸릴 지경이에요. 야구에 집중할 수 없어요. 그런데 신기해요. 분위기는 어수선한데 이상하게 팀은 갑자기 잘 나가요. 이건 또 뭔 시추에이션? 그래서 색다른 해석 나와요. “트레이드되지 않으려고 선수들이 눈에 불 켜고 야구하는 것 아니냐”고. 이 얘기 들은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말해요. “한화가 시즌 끝까지 장성호 트레이드설 잡고 있으면 4강 가는겨?”라고. 장성호 트레이드설, 한화에 득일까요 실일까요?

○야신, 본전도 못 건졌어요


23일 오후 대전구장에 모여든 모든 사람은 하늘만 쳐다봤어요. 류현진과 김광현이 맞붙느냐 마느냐가 걸렸으니까요. 차라리 비가 시원스럽게 쏟아지든가, 아니면 뚝 그치든가. 근데 이도 저도 아닌 부슬비만 오락가락해요. 가장 고민되는 사람은 당연히 우천 취소 여부 결정하는 허운 경기감독관이에요. 슬슬 대전구장 인조잔디가 푹푹 젖어가던 경기 개시 10분 전, 김성근 감독이 백스톱 뒤에 서 있던 허 감독관에게 걸어와요. 이미 김 감독과 한대화 감독은 멀리서 수신호로 ‘경기 안 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뒤에요. 김 감독이 말해요. “이런 데서 경기 하면 애들 다쳐서 안돼.” 하지만 허 감독관은 묵묵부답. 김 감독이 다시 “빨리 결정해야 하는 거 아냐?” 재촉해요. 허 감독관은 “일기예보에서 저녁때 비 안 온대요”라고 응수해요. 그러자 김 감독이 웃으면서 말해요. “아니, 언제부터 일기예보를 믿었어?” 하지만 허 감독관의 대응도 일품이에요. “감독님도 데이터 야구 하시잖아요. 우리한테도 일기예보가 데이터예요.” 주변 사람들 모두 폭소 터뜨려요. ‘졌다’고 손을 들며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김 감독. 그 뒷모습 바라보던 허 감독관은 몇 분 후 결국 취소 선언했어요. ‘괴물’ 둘을 붙여놓고 내심 조마조마했던 양팀 감독도 안도의 한숨 내쉬었어요.

○상대 따라 눈높이 맞추는 예의바른 곰들

두산을 바라보며 고개 갸웃하는 팀들 많아요. 어떨 때 보면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한 팀 같은데, 또 어떨 때 보면 한없이 약해보인대요. 바로 ‘팀별 눈높이 야구’를 하기 때문이에요. SK와 붙을 때 두산은 공수에서 모자란 구석을 찾아볼 수 없어요. 심지어 SK전에서는 퇴출 위기에 놓인 용병까지도 호투해요. 양 팀 선수들도 이기거나 지면 서로를 인정하는 훈훈함까지 발휘해요. 하지만 하위권 팀과 붙을 때는 또 달라져요. 무사 만루, 1사 1·3루 찬스를 수차례 만들어놓고 손쉽게 놓쳐요. 투수진 우르르 무너지면서 다 이긴 게임 내주는 만행까지 저질러요. 경기 늘어뜨리는 건 기본이에요. 강한 사람에게 강하게, 약한 사람에게는 약하게 대하는 게 ‘젠틀맨’이라지만 너무 점잖기만 하면 우승하긴 어려워요.

○새 용병 더마트레, 개명저주 이겨낼까요

LG 새 용병 이름이 벌써부터 화제에요. 필 더마트레. 사실 원래 발음대로 하면 듀마트레이트인데 글자수 많고 외우기 어렵다고 LG 프런트에서 4자로 짧게 잘라줬어요. 이때 ‘센스쟁이’ LG 팬들이 새 용병 반기며 이름에 갖가지 의미 부여해요. LG 프런트들이 뽑은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는 ‘1이닝 더마트레(더 맡으래)’예요. 5이닝 던질 걸 6이닝, 6이닝 던질 걸 7이닝 던지라는 의미에서 지은 거래요. 하지만 대대로 용병이 이름 바꾼 뒤 야구 잘하는 꼴 본 적 없어요. LG의 루 콜리어. 한국말로 얘기하면 “꼴리다”로 들릴 수 있다며 클리어로 바꿨어요. 게임을 클리어(clear)하라는 좋은 뜻도 붙였어요. 그러나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어요. 롯데 마리오 엔카르나시온은 사직 이씨의 시조를 따 이시온이라고 했지만 2004년 퇴출됐어요. 듀마트레이트에서 더마트레 된 LG 새 용병은 프로야구계에 퍼져있는 ‘용병 개명의 저주’를 이겨낼지 궁금해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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