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수원감독 전격 사임 “에너지 소진…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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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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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팀 최다 6연패에 부담감
단장 “원점서 새 사령탑 물색”

사진 제공 스포탈코리아
사진 제공 스포탈코리아
“그동안 성원해 주신 팬들께는 죄송합니다. 하지만 구단과 저를 위해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57·사진)이 시즌 도중 사임했다. 차 감독은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6월 6일까지 팀을 이끌고 감독직에서 내려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부터 습관적인 타성에 젖어 감독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계약 기간이 2011년까지 남아 있지만 팬들과 구단에 짐이 되지 않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솔직히 개인적인 욕심에 그냥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서 끌고 나간다는 것은 양심상 할 수 없었다. 이렇게 갑자기 그만두는 것도 무책임할 것이라 느껴졌지만 구단과 나를 위해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몸이 근질근질하면 다시 감독으로 돌아오겠다”고 설명했다.

2004년부터 수원 지휘봉을 잡았던 차 감독은 그동안 정규리그에서 두 차례(2004년, 2008년) 우승했고 컵 대회에서도 두 차례(2005년, 2008년) 정상을 밟았다. FA(축구협회)컵에서는 지난해 정상에 올랐다. 차 감독은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10위에 그친 뒤 FA컵 우승으로 잠시 숨을 돌렸지만 올해 팀 최다 연패(6연패)에 빠지면서 리그 최하위로 내려앉자 사임을 결심했다.

차 감독은 “6년 넘게 승리를 위해 집중하다 보니 심신이 피곤하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차 감독은 “우선 맘 편히 쉬겠다. 하지만 지도자는 계속 스스로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만큼 해외에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보고 느끼는 것도 필요하다”며 해외 연수도 고려 중임을 암시했다.

차 감독은 월드컵 기간에 SBS 축구 해설 계획에 대해선 “해설자는 감독과 마찬가지로 집중력과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중계할 자신이 없다. SBS의 배려에는 감사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차 감독의 사임을 만류했던 안기헌 수원 단장은 “차 감독이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 수용하겠다. 이제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로베이스(원점)에서 후임 사령탑을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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