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주한남아공 대사 단독인터뷰] “남아공은 준비끝…부부젤라<남아공 전통악기>소리 전세계 퍼질 것”

  • Array
  • 입력 2010년 5월 11일 07시 00분


■주한 남아공 대사가 본 월드컵

힐튼 데니스 주한 남아공 대사가 인터뷰 도중 전통악기 부부젤라를 불고 있다. 데니스 대사는 한국 국민들에게 “남아공월드컵 기간 경찰 20만명 투입 등 치안은 걱정없다”고 자신했다.
힐튼 데니스 주한 남아공 대사가 인터뷰 도중 전통악기 부부젤라를 불고 있다. 데니스 대사는 한국 국민들에게 “남아공월드컵 기간 경찰 20만명 투입 등 치안은 걱정없다”고 자신했다.
남아공월드컵 마스코트 자쿠미 곁에 서 있는 데니스 대사.
남아공월드컵 마스코트 자쿠미 곁에 서 있는 데니스 대사.
부부젤라(vuvuzela).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통 악기다. 길이는 약 61cm에 나팔 모양이며 음색은 코끼리 소리와 비슷하다. 힐튼 안토니 데니스(52) 주한 남아공 대사는 “2002한일월드컵이 붉은 악마가 외치는 대한민국으로 요동쳤다면 2010남아공월드컵은 부부젤라가 지배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데니스 대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이 자국에서 개최된다는 데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대회 준비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성공적인 개최를 확신할 때의 얼굴은 진지했지만 남아공의 자랑거리에 대해 말할 때는 어린아이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축구에 대한 지식도 상당했다. 이번 인터뷰는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남아공대사관에서 진행됐다.
경기장 등 빠른 완공…테스트 이미 끝나

20만명 경찰·군인 투입…치안 걱정없어

아프리카 대륙 첫 월드컵축제 국민 열광

2002년처럼 남아공 성공개최 자신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열리는 남아공월드컵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월드컵을 한 달 앞둔 심정은.


“월드컵은 남아공에서 정말 중요한 행사다. 사람들도 모두 열광할 것이다. 얼마 전 브라질이 베이스캠프에 도착했고 다른 팀도 속속 입국하고 있다.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

- 부임한 지 두 달 여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면. 즐겨 찾는 한국의 전통 문화나 한국 음식이 있다면.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에너지가 넘친다. 얼마 전 문경에 다녀왔다. 내가 농촌 지역에서 자라서 그런지 한국의 지리적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 내 고향 카와줄루 나탈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농촌의 집이나 IT 시설에 감탄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매운 인도 음식을 먹고 자라 매운 김치를 정말 좋아한다.”

- 남아공하면 만델라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특별히 더 알리고 싶은 남아공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한국도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느냐. 남아공도 사람이 재산이다. 가보면 그들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와인은 세계 최고다. 동물 공원은 벨기에와 같은 면적을 자랑한다. 따뜻한 날씨와 아름다운 골프코스도 있다. 어니 엘스 같은 세계적인 골퍼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맥주도 세계 3대 안에 꼽힌다.”

- 남아공 치안 상태에 대해 불안감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취할 건지 궁금하다.

“월드컵 개최가 결정된 뒤 우리의 계획서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했고 이를 6개월에 한 번씩 업 데이트했다. 6주 전에도 제네바에서 최종적으로 계획이 검토됐고 참가국이 모두 와서 설명을 들은 뒤 만족감을 나타냈다. 인터폴의 수장도 남아공을 방문해 테러와 훌리건 방지 대책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범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물론 남아공에도 범죄가 있다. 월드컵을 위해 20만 명의 경찰이 투입하고 군도 요소요소에 배치된다. 월드컵은 아마 남아공 역사상 가장 안전한 기간이 될 것이다.”

- 이제 월드컵 개막이 한 달 남았다. 준비 상황은.

“예정보다 빠르게 모든 게 완료됐다. 개막식과 결승전이 열리는 사커시티 경기장은 수용인원 9만8000명으로 월드컵 경기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모든 경기장이 2009년 12월까지 완공됐고 6개월 간 테스트를 거쳤다. 숙박도 문제없다. 몇 년 전 월드컵기간 남아공을 찾는 관광객이 45만 명이 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 불황 등 여러 문제가 겹쳐 35만 명이 찾을 거라고 한다. FIFA에서 최근 남아공 숙소실태를 조사했는데 매우 안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남아공은 월드컵 말고도 1년에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나라다.”

- 월드컵 개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국가 화합과 통합이다. 남아공은 1994년 첫 민주선거가 실시됐다. 민주역사가 16년에 불과하다. 인빅터스란 영화를 봤나. 인종차별의 상징이었던 럭비 대표팀이 인종 화합의 상징으로 바뀌지 않느냐. 이번 월드컵이 국가 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 축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평소 어느 정도 축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나.

“밤을 새서라도 말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최고의 선수 아니냐. (갑자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지) 볼턴에서 뛰는 선수 이름이?”

“이청용.”

“맞다. 오른쪽 윙으로 뛰는 선수로 상당히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1월 한국대표팀이 남아공으로 전훈을 왔을 때 고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직접 봤다. 한국은 정말 터프하고 조직력이 좋은 강팀이다. 한국 대사 임기가 4년이다. 4년 동안 어떤 축구 팀을 응원할까 생각 중이다. 하나 추천해 달라.”

-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붉은 악마의 길거리 응원이 큰 화제를 낳았다. 남아공만의 응원문화는 어떤가.

“한국의 거리 응원 기억이 난다. 붉은 악마의 응원과 코리아를 외치던 사람들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남아공 전통 악기 중에 부부젤라가 있다. 비싸지도 않다. 축구는 귀족들의 스포츠가 아닌 서민의 스포츠이므로 응원도구 역시 구하기 쉬운 것이어야 한다. 이게 상당히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작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일부 나라들이 부부젤라 사용 금지를 요청했지만 아프리카의 월드컵인 만큼 당연히 사용 가능하다는 FIFA의 결정이 내려졌다. FIFA와 협의해서 이번 대회기간 동안 공원 등에서 사람들이 거리응원을 펼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02년처럼 잘 될지는 모르지만 한 번 지켜봐 달라.”

- 남아공은 프랑스, 우루과이, 멕시코와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예상 성적은.

“첫 경기(멕시코)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방한한 히딩크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한국이 2002년 1차전(폴란드)에서 48년 만의 월드컵 첫 승을 따내면서 결국 4강 신화를 창조한 것 아니냐. 남아공이 멕시코를 이겼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비긴 뒤 남은 두 경기도 잘 치러 16강에 올랐으면 좋겠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