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 구조 위해 멈췄던 오은선 “방법이 없다” 다시 하산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8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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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완등이라는 역사를 쓴 오은선(44·블랙야크). 위업을 이룬 그의 마음이 하루만에 편치가 않다. 그는 28일 외국 원정대 조난 소식에 발만 동동 굴렀다.

오은선과 KBS 촬영팀 2명, 셰르파 3명은 27일 오후 3시(현지시간)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오른 후 오후 9시반 캠프4(7200m)로 돌아왔다. 13시간15분의 사투에 온 힘을 쏟아 부은 6명은 기진맥진 상태로 텐트에 쓰러졌다. 원정대는 28일 캠프4를 출발해 이르면 오후 5시쯤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문제가 생긴 건 원정대가 캠프4에서 잠이 든 직후. 오은선에 이어 정상을 밟은 스페인 원정대 3명 중 2명이 연락 두절이고 1명은 급격한 체력 저하로 7600m 부근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락이 끊겼던 2명인 후아니또와 카를로스는 28일 자정을 지나 캠프4에 도착했다. 동상에다가 설맹(눈에 반사된 햇빛과 자외선에 눈이 장시간 노출됐을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심한 경우 앞이 보이지 않음)까지 겹쳐 상태는 좋지 않았다. 뒤쳐진 톨로라는 대원은 밤새 한 자리에서 구조만 기다리고 있었다.

베이스캠프의 스페인 원정대는 오은선 원정대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고 이는 곧 오은선에게 전해졌다. 오은선은 “사람이 살아 있는데 그냥 내려갈 순 없다. 등반 장비는 버리더라도 구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셰르파 3명이 조난자를 업고 내려오다간 우리도 죽을 수 있다며 구조 작업을 거부한 것. 고산에서 성인 1명을 수송하는 데에는 4명 이상이 필요하다.

베이스캠프에서는 국제원정대 소속의 스페인 대원 1명이 헬기를 타고 올라가 6500m 부근에 내려 캠프4의 루마니아 대원, 셰르파 1명과 함께 조난자를 구조할 계획을 세웠다. 베이스캠프의 오은선 원정대는 산소와 로프, 배낭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짙은 안개로 헬기는 오지 못했다.

결국 오후 1시반 오은선 원정대는 하산을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고 캠프4의 식량도 다 떨어져 자칫하다간 오은선 원정대마저 위험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스페인 원정대 소속 셰르파 2명이 따듯한 물과 텐트 등을 가지고 조난자 구조를 위해 캠프4를 출발했다. 후아니또와 카를로스는 캠프4에서 몸을 추스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안나푸르나=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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