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3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정민철 투수코치는 “요즘엔 저걸 보면 마음이 더 무겁다”고 속마음을 살짝 드러냈다. 지난해 은퇴 직후 육성군 코치를 거쳐서 올 시즌 일약 1군 투수코치로 승격했다. 성준 투수코치를 보좌하고,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 나눴던 한화 투수들을 보듬어주는 임무다.
그러나 12일까지 팀 방어율은 5.48, 롯데 다음으로 안 좋다. 지난 주말 롯데 3연전에서 8점차를 뒤집는 등, 역사에 남을 난타전에서 2승1패를 거뒀지만 정 코치는 못내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9일 롯데전을 앞두고 투수들을 소집해 집중을 촉구했는데 곧바로 51안타 난장을 겪었으니 팀은 이겼어도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 모양이었다.
이제 코치 심정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투수가 공 1개 던질 때마다, 타구가 나올 때마다 덕아웃에서 가슴이 철렁한다. 구대성처럼 선배이자 또 하나의 레전드가 제 구위를 못 찾을 때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자기 일처럼 힘겹다.
정 코치는 13일 SK전에 앞서 직접 불펜 마운드의 땅을 골랐다. 구대성의 훈련 파트너 황재규에게는 “똑바로 시키라”고 목청껏 엄포(?)를 놓고 분위기를 풀었다. 대스타 출신임에도 “나 같으면∼”을 읊지 않는 데에서 코치 정민철의 진정성이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