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때 다친 허리 너무 아파 포기 고민… 이 악물고 끝냈죠”

부상 투혼 곽민정 아쉬운 22위

“부상으로 포기할까 싶었지만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 나타난 곽민정(16·군포 수리고·사진)은 시원섭섭한 표정이었다.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간간이 아쉬운 탄식을 쏟아냈다.

곽민정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34.69점, 프로그램 구성점수 38.32점을 받아 합계 73.01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47.46점을 합쳐 120.47점으로 22위에 머물렀다. 이날 곽민정의 모든 점프는 불안했다. 곽민정은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부상에 시달렸다.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곽민정은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엉덩방아를 찧은 것 때문에 허리가 심하게 아파 앞이 캄캄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끝까지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후반부 2개의 점프를 제외하고 초반 다섯 차례의 점프가 다운 그레이드 또는 주의를 받았다. 곽민정 본인도 “점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넘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은 곽민정에게 특별하다. 처음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4대륙 선수권과 밴쿠버 겨울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큰 대회에 출전했다. 곽민정은 “올림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13등을 한 것이 너무 좋았다”며 웃었다.

곽민정은 이번 대회를 마친 뒤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지낼 예정이다. 4월에 있을 아이스쇼에 김연아와 함께 나선다. 5월 말에 전지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로 떠나는 곽민정은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아직 주니어 티를 벗지 못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좀 더 스케일을 키워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2위를 차지한 김연아와 22위를 기록한 곽민정의 성적을 합쳐 랭킹 포인트 18점을 얻어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 두 명의 선수를 내보낼 수 있게 됐다.

토리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