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피겨 코치들의 엇갈린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5일 1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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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를 가르친 브라이언 오서(49·캐나다) 코치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고 있는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토론토 크리켓 클럽'에서 지도하는 '오서 사단' 동창생 가운데 세 명이 이번 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대회 나흘째를 맞은 24일(현지시간)에도 오서 코치는 쉴 틈 없이 메인 링크인 팔라벨라 빙상장과 보조 링크인 타졸리 빙상장을 오가며 바쁘게 선수들을 지켜봐야 했다.

오서 코치는 이날 오후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치러진 팔라벨라 빙상장을 찾아 아담 리폰의 훈련과 경기 장면을 지켜봤다. 진지한 얼굴로 경기 장면을 지켜본 오서 코치는 리폰이 자신의 개인 최고점(75.82점)을 훌쩍 넘어선 80.11점을 받자 환한 얼굴로 리폰의 어깨를 두드리며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제자의 좋은 성적을 기뻐할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또 다른 제자인 김연아와 곽민정이 같은 날 저녁 타졸리 빙상장에서 진행되는 여자 싱글 공식 훈련에 나서기 때문이다.

짧은 휴식을 취한 뒤 타졸리 빙상장으로 자리를 옮긴 오서 코치는 이번에는 같은 조에서 연습하는 두 선수의 컨디션을 동시에 체크했다. 김연아와 곽민정이 점프할 때마다 양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눈을 떼지 않았고, 두 선수가 번갈아 다가올 때 적당한 조언을 해 주느라 바빴다.

오서 코치는 "나는 이번 대회에 세 명의 스케이터를 지도하고 있다. 피곤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나보다 더 바쁜 코치들도 있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어 "아직은 시간이 많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는 스케이터들을 보는 게 즐겁다"며 바쁜 생활에 만족스러워했다.

오서 코치는 그러나 "고국에서 선수를 더 가르치고 싶지는 않다. 너무 바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코치는 항상 선수를 위해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는데, 부담이 커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6-2007 시즌 김연아를 지도하면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오서는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28.56점) 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따내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코치로 부상했다. 이제 오서 코치는 많은 선수가 가르침을 받고 싶어 하는 지도자 중 하나다.

오서 코치는 그러나 "세상엔 나 말고도 좋은 코치가 많다. 나보다 김연아나 리폰 같은 선수와 같이 연습하고 싶어 하는 것 아니겠냐"며 웃었다.

반면 피겨 강국인 일본은 선수와 코치들의 잇따른 불협화음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한 일본의 오다 노부나리(23)는 관객들의 기대와 달리 '엉뚱한 연기'를 펼쳤다.

마치 공식 연습에서 점프 타이밍만 맞춰보는 것처럼 한 번도 점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 바퀴만 돈 뒤 그만두는 일을 반복했다.

첫 과제였던 트리플 악셀부터 싱글 점프로 처리한 오다는 이어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한 바퀴만 뛰는 데 그쳤다. 마지막 세 번째 과제였던 트리플 플립까지도 이런 방식으로 끝내며 점프를 모두 놓쳤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피겨 금메달리스트 에반 라이사첵과 은메달리스트 예브게니 플루셴코 등 쟁쟁한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아서 이번 대회 메달 후보로 꼽혔던 오다는 기대 이하의 연기에도 예술점수(PCS)에선 33.35점이나 받았다. 그러나 기술점수는 16.90점으로 최하위에 가까운 성적을 거두며 쇼트 전체 28위로 탈락했다.

오다는 경기를 마치고 "다치거나 아픈 데 없이 컨디션은 괜찮았다. 하지만 연습 때부터 몸이 너무 굳어있었다"는 짧은 설명을 내놓고 자리를 떴다. 오다의 모호한 설명에 현장에 모여 있던 일본 기자들은 "정신적인 문제인 것 같다"는 해석까지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 일본 기자는 "오다의 코치인 니콜라이 모로조프(러시아)가 이번 대회를 마치고 러시아로 떠난다는 소문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그동안 미국에서 훈련해 온 오다는 러시아로 가야 한다. 그런 소문이 오다에게 부담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치 때문에 고민하는 일본 선수는 오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피겨의 기대주 아사다 마오(20) 역시 타티아나 타라소바(러시아) 코치 때문에 이번 시즌 내내 고생한 바 있다.

타라소바 코치는 이번 대회에도 아사다 마오를 지도하러 토리노를 찾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열린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 이후 아사다를 직접 지도한 것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간이 전부다. 타라소바 코치는 몸이 좋지 않다며 러시아에 머무는 것을 고집했고 아사다 역시 일본에서 훈련하는 것을 좋아해 코치가 있는 러시아로 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다는 올림픽이 끝나고 은메달의 아쉬움을 만회하겠다고 벼르며 곧장 맹훈련에 들어갔지만, 역시 계속 혼자였다. 아사다는 이날 치른 첫 공식 연습을 마치고 "대회를 앞두고 타라소바 코치로부터는 아무 조언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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