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뛸 수 있을까’라며 걱정하기 마련이다. 기록 단축에 도전하는 사람도 욕심이 앞서 레이스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는 이들이 풍선을 들고 뛰는 페이스메이커다.
21일 열리는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에는 2시간 50분부터 5시간까지 10분 단위로 서너 명의 페이스메이커가 출동한다. 서브스리(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에 도전하는 사람은 ‘3:00’이라고 적힌 풍선을 따라가면 된다. 기록 달성에 성공한 이들은 풍선을 들고 앞서서 이끌어준 ‘그’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골인 후 페이스메이커와 악수를 하고 감격의 포옹을 나누는 모습은 결승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김성은 씨(51)는 그 악수와 포옹에 보람을 느끼며 대회 때면 어김없이 풍선을 든다.
김 씨는 2005년부터 페이스메이커 활동을 했다. 2001년 마라톤을 시작해 2년 만에 처음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고 다시 2년 후 페이스메이커로 나섰다. 지금까지 풀코스 페이스메이커만 100여 번, 하프코스와 10km까지 합치면 130여 번 정도 된다.
김 씨는 처음에 페이스메이커를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 페이스 조절 능력을 기르기 위해 자원했다. 그러나 한두 번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서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
어찌 보면 자신을 바꿔준 마라톤에 대한 보은이다. 키 172cm인 그는 10년 전 몸무게 80kg에 허리는 37인치나 됐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어 동네 축구 모임에 가입했는데 5분도 채 못 뛰었다.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운동장을 뛰다가 밖으로 나갔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좋아 계속 뛰었다. 지금은 영화배우 이병헌 못지않은 몸매에 흐뭇해한다.
페이스메이커처럼 출발부터 골인까지 한결같은 페이스로 달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따라와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결승선을 밟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 씨도 따라와준 그들이 너무 고맙다. 서로에게 벅찬 감동과 보람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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