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도 울고 부모도 울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6일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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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연기를 끝내고 눈물을 글썽일 때 관중석의 부모도 함께 울었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51)와 아버지 김현석 씨(53)는 26일 밴쿠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경기장의 관중석에서 숨죽이며 딸의 순서를 기다렸다.

어머니 박 씨는 김연아가 여섯 살 때 딸을 피겨 선수의 길로 이끈 이후 항상 그림자처럼 함께였지만 아버지 김 씨는 박 씨에게 모든 걸 맡기고 '외조'만 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대회가 열리는 밴쿠버로 직접 날아왔고 부부가 처음으로 나란히 관중석에 앉았다.

하지만 김연아의 순서가 돌아오자 딸의 연기 모습을 이전에 경기장에서 거의 본 적이 없는 김 씨는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석 바깥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지자 다시 돌아와 통로에서 다른 관중들의 어깨 너머로 딸의 연기를 봤다.

마치 자신이 링크에 선 듯 마음을 졸이던 박 씨는 김연아가 초반 세 번의 점프를 모두 성공하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박 씨는 김연아가 어렸을 때 점프 기술을 조언할 정도로 '피겨 전문가'.
연기 뒤 북받치는 감정을 간신히 누르고 있는 김연아의 얼굴이 전광판 대형 화면에 비치자 박 씨도 울었다. 김 씨는 복도에 선 채로 계속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박 씨는 "경기 전 연아에게 평소대로만 하라고 했다. 점수에 상관없이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라고 말해줬다"라며 "초반 점프 3개를 성공하면서 우승을 직감했고 점수가 뜬 뒤에는 다른 선수가 따라갈 수 없는 점수라 1등을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너무 높은 점수라 다른 선수들이 경기할 때는 긴장도 되지 않았다. (실감이 나지 않아) 숙소에 들어가서 한 번 꼬집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아버지로서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금메달을 걸어야 할 사람은 연아 엄마다. 모든 것을 희생했다. 연아가 가장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다. 또 가족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던 금메달"이라고 덧붙였다.

밴쿠버=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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