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포기를 몰랐다.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22·한국체대). 리라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케이트화를 신고 빙판을 달리던 작은 선수는 시련을 딛고 세계 최고가 됐다. ‘빙상계의 황제’가 되고 싶었던 이승훈의 꿈을 그의 초등학교 일기장을 통해 살펴봤다.
[리라초 4학년 4월 8일]“(부상으로 인해)2년 만에 쇼트트랙을 타는 날이다. 저기서 타는 아이들보다 못 타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하지만 새 스케이트화가 기계처럼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중략) 나는 꼭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 국가대표가 돼 김동성 형처럼 우리나라가 쇼트트랙의 강국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축구의 황제 펠레, 호나우두처럼 ‘쇼트트랙의 황제’ 이승훈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리라초 4학년 6월 7일]“오늘 교내빙상대회가 있었는데 스타트가 늦었다. 하지만 2코너에서 파워스케이팅을 하면서 5학년 형과 6학년 형을 제쳤다. 그래서 전교챔피언이 됐다.”
[리라초 4학년 8월 16일]“○○와 부딪쳤는데 스케이트날에 찍혀서 허벅지가 찢어졌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던 걸 알기 때문이다.”
[리라초 4학년 12월 20일]“오늘은 춘천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있는 날이다. 늘 110m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400m 링크에서 달리니 확실히 힘들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다. 나는 (김)동성이 형처럼 훌륭한 스케이터가 될 것이다.”
[리라초 6학년 12월 11일]“운동이 너무 힘들다. 공부가 하고 싶기도 하고. 허리 부상 때문에 스케이트를 타기 힘들다. 자꾸 놀고 싶기도 하다.”
[리라초 6학년 8월 26일] “요즘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고 있다. 쇼트를 잘 하려면 파워가 있어야 하고 그 힘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기른다. 스피드를 타고 나면 쇼트를 타기 훨씬 쉬워진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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