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실신사건’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올핸 보여줘야죠, 건재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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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9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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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이적생 김동진의 좌절과 희망

건강문제로 러시아 생활을 청산하고 울산에 새 둥지를 튼 김동진의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아무 문제없이 계속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이겠다”는 한 마디에서는 그의 강한 각오가 느껴졌다.
건강문제로 러시아 생활을 청산하고 울산에 새 둥지를 튼 김동진의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아무 문제없이 계속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이겠다”는 한 마디에서는 그의 강한 각오가 느껴졌다.
“아무런 문제없이 계속 축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우선이죠.”

러시아 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울산 현대에 둥지를 튼 김동진(28)을 9일 오전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 숙소에서 만났다. 평소 예의바르고 약간 수줍은 듯한 태도는 여전했다. 그러나 “올해는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말하는 표정은 비장했다.

●힘들었던 지난 4개월


김 동진은 작년 10월 대표팀 소집을 위해 파주NFC 숙소에 들어서다가 실신했다. 통상 대표팀 소집 첫 날에는 많은 취재진이 선수들의 인터뷰를 위해 숙소 입구에 진을 친다. 그런데 취재진 바로 앞에서 쓰러졌다. 그 장면은 실시간으로 보도됐고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렇게 일이 심각해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 후 얼마 동안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가 계속 ‘김동진 실신’이었던 것 같아요. 지인들이나 팬들이 계속 축구해도 되는 거냐고 걱정하시는데…. 정말 힘들었죠.”

러시아로 돌아간 이후에도 시련은 계속됐다.

러 시아는 물론 독일 등 전문병원이란 데는 모두 찾아다니며 정밀검사를 받느라 운동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검진 결과 축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소속 팀 제니트는 계약 해지를 원했다. “다들 전지훈련 떠나고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가는데 저는 그 때 소속 팀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잖아요. 처음 겪는 일이라서 너무 지쳤어요.”

●좌-동진 우-범석

결 국 K리그 복귀를 결심하고 2004아테네올림픽 대표 시절 사령탑 김호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울산으로 이적했다. 처음에 당연히 친정팀인 FC서울을 고려했다. 그러나 FC서울에는 아디, 김치우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김동진의 포지션에 버티고 있었다. 올 시즌 최대한 많은 게임을 뛰어 건재를 과시하는 게 절실했기에 좀 더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울산을 택했다. FC서울 팬들에게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개인적으로 서울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제 상황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울 산에 오니 반가운 얼굴이 여럿 있었다. FC서울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최재수, 김치곤을 비롯해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오범석까지. 특히 오범석과는 울산행을 고심할 즈음 자주 통화를 했다. “(오)범석이가 전화로 ‘형 빨리 와. 우리 좌 동진 우 범석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오범석의 바람대로 울산은 대표급 좌우 풀백을 보유하며 단숨에 최강 수비진을 구성하게 됐다. 울산에 우승컵을 안기겠다는 각오도 대단하다.

“이적시장도 거의 마무리 되는 상황에서 감독님이 저를 신뢰해주고 좋게 봐주셔서 울산이라는 팀에 오게 됐잖아요. 울산이 저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제가 선물을 줄 차례죠. 꼭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그는 K리그 개막일에 맞춰 최상의 몸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전훈지에서 입에서 단내 나는 강 훈련을 소화 중이다.

●월드컵의 꿈


그 는 작년 10월 이후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박주호 등 젊은 선수들이 급성장하며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 승선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가 존재가치를 과시할 수 있는 방법은 그라운드에서 최상의 기량을 보여주는 것뿐. 그리고 자신 있다.

“(박)주호요? 정말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죠. 잘 해요. 그러나 저도 목표가 있습니다. 월드컵에 대한 꿈은 저도 다른 선수들 못지않게 강합니다. 운동장에서 그 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저의 진면목을 알려야죠. 더 준비하고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켜봐주세요.”

가고시마(일본)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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