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어야 사는 남자’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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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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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을 기다려온 월드컵 아직 허심을 잡지 못했다.

이동국. 스포츠동아DB
이동국. 스포츠동아DB
1994미국월드컵에서 몇 차례 결정적 찬스를 허공으로 날린 뒤 ‘역적’으로 몰렸다가 2002한일월드컵 폴란드전에서 결승골을 넣는 등 맹활약하며 ‘영웅’이 된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월드컵에서 받은 비판은 월드컵에서 만회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이나 리그에서 아무리 많은 골을 넣어도 팬들은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이동국(31·전북 현대)에게도 의미심장하다.

이동국은 지난 10여 년 간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군림하면서도 경쟁에서 밀리고(2002한일월드컵) 부상 불운(2006독일월드컵)이 겹치며 정작 월드컵 본선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인 적이 없다. 그가 본선 무대를 밟은 건 10대 유망주였던 1998프랑스월드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작년 전북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것이 사실이다.

이동국이 명예회복의 무대가 될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수능시험을 치른다. 6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벌어지는 동아시아선수권은 국내파와 J리거 옥석 가리기의 장이다.

허정무 감독은 3경기 모두 정예멤버를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동국에게는 7일 오후 7시 15분 도쿄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홍콩과의 첫 경기가 그래서 더 없이 중요하다.

일단 지금까지 드러난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1월 스페인-남아공에 이은 목포 전지훈련에서 허 감독이 주문한 대로 수비가담이나 적극적인 몸놀림을 보이려 애썼지만 골 찬스를 스스로 만들 줄 아는 기민한 플레이와 동료들과 짧고 간결한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허 감독은 안정환의 몸 상태 점검을 위해 정해성 코치를 중국으로 파견했다. 월드컵 엔트리가 23명(필드 플레이어 20명)으로 제한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안정환과 이동국이 모두 본선에 갈 확률은 높지 않다.

이동국이 이번에 허 감독의 마음을 100% 사로잡지 못한다면 허심은 안정환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매 경기 득점포를 가동하는 등 날카로운 모습을 보인다면 오랜 기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안정환 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지난 달 30일부터 목포에서 진행된 전훈에서 이동국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도 이번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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