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너클볼, 日구단을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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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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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LG방출 김경태 트라이아웃서 합격점
5개팀 입단제의 받아 조건 좋은 가가와 선택
“뜻밖 기회로 제2인생… 日프로 1군무대 도전”

너클볼을 주무기로 일본 프로야구에 도전하는 김경태가 5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시고쿠-규슈 독립리그 가가와와 입단 계약에 합의한 김경태는 그동안 강원 화악산 등에서 꾸준히 공을 던졌다. 이헌재 기자
너클볼을 주무기로 일본 프로야구에 도전하는 김경태가 5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시고쿠-규슈 독립리그 가가와와 입단 계약에 합의한 김경태는 그동안 강원 화악산 등에서 꾸준히 공을 던졌다. 이헌재 기자
지난해 LG에서 뛴 왼손 투수 김경태(35)는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벌써 네 번째 방출이었지만 그는 야구를 계속 하고 싶었다. 각 구단에 테스트 요청을 했다. 하지만 어떤 구단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던 12월 어느 날. 일본의 한 지인으로부터 독립리그 트라이아웃이 있으니 한 번 참가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떠난 일본행이었지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후쿠오카 시내의 한 야구장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에서 그는 세 타자를 상대했다. 둘은 삼진으로 잡았고, 한 명은 땅볼로 잡아냈다. 던진 공은 12개. 이 중 8개는 그가 지난해부터 연마해 온 너클볼이었다. 너클볼은 검지와 중지의 관절(너클)을 공에 대고 밀듯이 던지는 구질이다. 공이 회전을 하지 않고 타자 앞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여 ‘마구’로 꼽힌다. 던지기가 쉽지 않은 공이라 국내 프로야구에서 이 공을 주무기로 던지는 투수는 없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팀 웨이크필드(보스턴)가 너클볼의 대가로 꼽힌다.

트라이아웃을 지켜본 시고쿠-규슈 아일랜드 리그 5개팀 관계자들은 김경태의 너클볼에 매료됐다. 5개 구단이 모두 입단 요청을 했다. 김경태는 그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가가와를 선택했다.

더구나 이날 몇몇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도 김경태의 투구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중 한 구단은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김경태가 독립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기만 하면 일본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셈이다.

곧바로 한국에 돌아온 김경태는 최향남과 함께 강원도 화악산에서 체력 훈련을 했고 지금은 한민대의 김해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5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김경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잡았다. 너클볼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반드시 일본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너클볼러로 성공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미국 프로야구 독립리그 진출을 꿈꾸는 일본 여자 선수 요시다 에리. 이헌재 기자
미국 프로야구 독립리그 진출을 꿈꾸는 일본 여자 선수 요시다 에리. 이헌재 기자
▼‘너클 공주’ 日요시다, 美 프로진출 대야망▼

너클볼로 ‘제2의 야구인생’을 꿈꾸는 여자 선수도 있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최초의 여자 야구 선수로 화제를 모았던 ‘너클 공주’ 요시다 에리(18)다. 지난해 독립리그 고베에서 뛰었던 그는 미국 진출을 위해 애리조나 윈터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요시다는 1일 웨스턴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1이닝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미국의 독립리그는 요시다의 흥행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만약 미국 독립리그 구단과 계약을 하게 되면 미국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여자 선수가 된다. 최초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독립리그에서 뛰었던 아이러 보더스. 너클볼은 김경태와 요시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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