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가 먼저 탄 MVP를 이번엔 형이 차지했다. 한국 농구를 주름잡는 형제의 힘은 막강했다.
서울 삼성의 ‘하프 코리안’ 이승준(32)이 별중의 별로 자리매김했다. 이승준은 3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Jump! 2010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 MVP 투표에서 유효 표 64표 중 48표를 얻어 상금 300만원과 크리스털 트로피를 받았다. 지난해 친동생인 이동준(30·오리온스)이 MVP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엔 형이 큰일을 냈다. 형제가 KBL 올스타전에서 나란히 MVP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 2년 연속 수상자(워렌 로즈그린·97·98시즌∼98·99시즌)는 있었지만 형제가, 그것도 2년 연속 올스타전 MVP에 오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표 참조). 이승준을 앞세운 매직팀(SK KCC KT&G 삼성 전자랜드)은 드림팀(모비스 오리온스 동부 LG KT)에 123-114 승리를 거두고 3연패 끝에 4년만에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베스트5로 나선 이승준은 경기 초반 팀 동료인 이상민의 패스를 받아 그림 같은 앨리웁 덩크를 성공시키는 등 27분 가까이 코트를 누비며 27득점·9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펼쳤다. 하프타임 때 펼쳐진 덩크 콘테스트에서 SK 2군 소속 김경언과 함께 국내 선수 부문 덩크왕을 공동수상한 그는 현란한 드리블과 수차례 앨리웁을 성공시키는 등 발군의 기량을 보였다.
코트 밖에서 응원한 이동준의 배번인 10번을 달고 뛴 이승준은 “지난해는 내가 응원했고 동생이 받았는데, 이번엔 동생이 응원하고 내가 받아 더 기분이 좋다. 동생이 MVP에 오를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 줬는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도 “동생과 한 약속이 있어 비밀은 말할 수 없다”고 웃었다. 올 시즌이 끝나고 ‘파이널 MVP’에 오르고 싶다는 말로 잔여 시즌 동안 소속팀 삼성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그는 언제부터 한국어 인터뷰가 가능하겠냐는 농담에 “지금은 50%% 수준 밖에 안 된다. 다음 시즌 때는 100%%를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하프타임 때 벌어진 3점슛 결승에서는 SK 방성윤(20점)이 KCC 전태풍(16점)을 누르고 최고 슈터 자리에 올랐고, KT&G 조셉 테일러가 외국선수부문 덩크 우승을 차지했다.
하루 전 벌어진 프로 1년차, 2년차 선수들 맞대결 루키 챌린지에서는 24점·11리바운드·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강병현(KCC)이 MVP를 차지했다. 2년차 팀이 110-106으로 승리.
한편 루키챌린지에서 익살스런 분위기를 이끌어내며 ‘개그 본능’을 자랑했던 골리앗 센터 하승진(KCC)은 왼쪽 종아리 통증이 재발, 31일 올스타 본게임에는 출장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