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안팎 혜숙이의 잔소리 선배 유미는 음메∼기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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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9일 07시 00분


‘친자매 안부러운’ 현대건설 한유미·윤혜숙의 유쾌한 토크

현대건설 올 시즌 고공비행의 일등공신 한유미(왼쪽)와 윤혜숙. 없으면 죽고 못 살 정도로 친자매처럼 지내기에 주변 동료들이 질투를 할 정도다.
현대건설 올 시즌 고공비행의 일등공신 한유미(왼쪽)와 윤혜숙. 없으면 죽고 못 살 정도로 친자매처럼 지내기에 주변 동료들이 질투를 할 정도다.
“머리카락 치워!” 숙소서 티격

“그것밖에 못해!” 코트서 태격

그녀들은 ‘죽고 못사는 사이?’

혜숙 “전 남자친구 있다구요!”

“우리 혜숙이는 엄마 같아요.”(한유미)

“유미 언니는 눈물이 너무 많아요.”(윤혜숙)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한유미(28)와 윤혜숙(27). 둘은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항상 함께 하는 친자매 같은 사이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현대건설 배구단 숙소에서 만난 그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쉼 없이 서로의 팔뚝을 치고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다. ‘죽고 못사는’ 자매라는 항간의 표현이 딱 맞다. 유쾌했던 그들과의 만남을 풀어냈다.

○설움은 없다!

“전 울보가 아녜요.” 한유미의 얘기다.

하지만 윤혜숙은 “언니는 울보”라고 되받아친다. 맞는 말이다. 여전히 한유미는 운다. 물론 이유가 다르다. 예전엔 힘들고 서러워서 울었다면 이젠 기뻐서 운다. 두 시즌 전, 현대건설은 4승에 그쳤다. 그 때 한유미는 코트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이를 바라본 윤혜숙도 마음으로 울었다. 지난 시즌에 조금 성적이 좋아져 10승을 했다. 꼴찌는 아니었지만 4위가 최종 성적이었다. 지고 싶지 않은 언니들이었기에 더 분하고 속상했다. 헌데 올 시즌은 벌써 12승(1패)이다. 한유미는 “훈련이 힘들고 몸이 아파서 울지, 기분 나빠서 울진 않는다”며 웃는다. 윤혜숙은 “고참부터 막내까지 모두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감독님 부임 후에 서로 더 신뢰하고 믿고, 의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엄마 같은 후배, 동생 같은 후배

“잔소리하는 게 꼭 엄마라니까….” 한유미의 공격에 피식 웃는 윤혜숙. 이유가 있다.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숙소 방에 떨어져있으면 잔소리부터 하는 윤혜숙이다. 코트에서도 눈을 부릅뜨고 선수들을 독려한다. “얼마나 무서운지, 실수하거나 플레이가 좋지 않으면 그대로 면박 준다니까요.” 윤혜숙도 할 말이 있다. “못한다고 소리 지른 게 누구였는데요.” 그래도 후배 챙기는 건 언니들의 몫이다. 외박을 다녀오면 늘 먹거리를 한 보따리씩 싸들고 후배들을 먹인다. 튀김 등 분식류가 인기 많은 간식이다. 한유미는 “모두들 혜숙이가 외출하고 돌아오길 기다린다”며 은근한 압박을 준다. 때론 매섭고, 잔소리도 많지만 선후배들의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현대건설이다.

○남친 & 행복담론

윤혜숙은 최근 남자 친구가 생겼다.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능력이 좋다고 자랑한다. ‘질투의 화신’ 한유미가 가만있을 리 없다. “오빠가 널 몰라서 그래. 네 실체를 알면, 계속 만나줄 것 같아?” 그랬다.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끌며 백화점 명품관을 기웃거리는 그녀들이다. 운전할 때는 간혹 욕도 한다. 그냥 웃기만 하던 윤혜숙이 딱 한 마디를 했다. “저희가 성향이나 취미가 같아요. 항상 같이 하는데요. 뭘.” 그래도 한유미는 이런 후배가 마냥 부럽다. “전 그냥 친구는 많은데, 남친은 없어요. 좋은 사람 어디 없어요?” 윤혜숙이 맞장구를 친다. “신문에 크게 내주세요. ‘유미 언니, 남친 찾아요’라고 말이죠.” 어느덧 인터뷰 말미.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모두 비슷한 대답이 나온다. “딱 지금이 즐겁고, 행복해요. 더도 덜도 말고 지금 같았으면 해요.”

용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 | 용인=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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