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봤니? 150km!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프로야구 올 ‘광속투수’ 21명… 두산 5명 최다
이정호 154km 최고… 선동열 “제구 더 중요”

미국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의 격언에 “시속 150km를 던지는 왼손 투수는 지옥까지 가서라도 잡아와라”라는 말이 있다.

150km의 빠른 공은 투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무기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150km 이상 던지는 투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150km는 강속구 투수의 기본이다.

본보가 두산에서 입수한 8개 구단 전체 투수의 구종 및 스피드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 150km 이상의 ‘광속구’를 한 번이라도 던진 투수는 2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속구왕은 154km를 던진 히어로즈 오른손 투수 이정호와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로 이적한 한화의 브래드 토마스였다.

○ 강속구 투수와 팀 성적은 비례?

야구에서 투구 스피드는 종종 논란을 빚곤 한다. 스피드건의 종류, 위치, 각도에 따라 스피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통계는 두산의 전력분석팀이 1년 내내 일관성 있게 측정해 신뢰도가 높다.

시속 150km대 투수를 가장 많이 보유한 팀은 두산이다. 이용찬(153km)을 필두로 성영훈(152km) 김선우 홍상삼(이상 151km) 이재우(150km) 등 5명이 150km 이상을 찍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윤석민 이범석 곽정철 한기주)와 준우승팀 SK(김광현 전병두 박현준 게리 글로버)는 4명씩을 배출했다. 앞의 세 팀은 올해 1∼3위 팀이다.

반면 7위 LG와 4위 롯데에는 시속 150km를 던진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5위 삼성은 불펜의 오승환 정현욱(이상 152km)과 2명의 외국인 투수(크루세타, 나이트)가 150km 이상을 던졌으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시즌 중반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게 컸다. 6위 히어로즈는 이정호와 김영민(152km)이 광속구를 던졌으나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최하위 한화는 류현진과 토마스의 활약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롯데는 포크볼을 주무기로 다승왕을 차지한 에이스 조정훈의 활약 속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 시속 150km 왼손 투수는 천하무적

앞서 언급한 메이저리그 격언에 걸맞게 올해 150km 이상을 던진 왼손 투수 4명은 모두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김광현(SK)은 타구에 맞아 8월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평균자책(2.80)과 승률(0.857) 2관왕을 차지했고, 류현진(한화)은 탈삼진 1위(188개)에 올랐다. SK 전병두는 8승 4패 8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허리를 굳건히 지켰고, 한화 토마스는 2승 5패 13세이브 평균자책 2.88로 선방했다.

하지만 구속이 빠르다고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KIA 윤석민은 151km의 빠른 공에 최고 146km까지 나오는 투심 패스트볼, 120km대의 체인지업을 장착해 타자들을 요리했다. 반면 KIA 한기주는 152km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단순한 구질과 제구 불안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4승 5패 4세이브 평균자책 4.24)을 남겼다. 현역 시절 ‘국보 투수’로 불린 선동열 삼성 감독은 “구속보다 볼 끝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 스피드와 제구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제구가 좋은 투수가 낫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구속은 SK 엄정욱과 롯데 최대성이 기록한 시속 158km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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