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스타’ 송인석 부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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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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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위기-슬럼프-부상딛고 재기… 현대캐피탈 4연승 견인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팀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믿어주시면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팀 내 두 번째 고참 송인석(31·사진)과 면담을 했다. 조심스럽게 은퇴를 권유했지만 송인석은 유니폼을 벗으려 하지 않았다. 연봉은 백지 위임을 해 1000만 원이 깎였다.

196cm의 송인석은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였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한 번 실수를 하면 게임을 망치기 일쑤였다. 2000년 현대자동차(현대캐피탈 전신)에 입단한 이후에도 후보 신세였던 송인석은 2003년 김 감독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김 감독은 평소 칭찬을 하지 않는다. 일부러 표현을 안 하지만 유일한 예외가 송인석이었다.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의 뜻을 알아챈 프런트는 ‘송스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송인석은 2005∼2006시즌부터 2시즌 연속 우승 주역이 됐다.

하지만 지난 시즌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자신감도 함께 잃었다. 2007∼2008시즌 462득점을 했던 그는 지난 시즌 간신히 200점을 넘겼다. 수비도 제대로 안됐다. 후배 임시형에게 선발을 내주는 일이 잦았다. 김 감독은 “은퇴를 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면담을 할 때 평소와 달리 강하게 거부 의사를 나타내기에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송인석은 시즌 개막을 3주 정도 앞두고 블로킹 연습을 하다 가운뎃손가락이 부러졌다. 한동안 공도 만지지 못했다. 마지막 기회까지 놓치는 듯했지만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로 이를 극복했다. 최근 팀이 4연승을 달리는 동안 그는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24일 1라운드 전승 팀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는 블로킹으로만 6점을 얻는 등 19점을 보탰다. 송인석은 “몸 상태가 전성기 때의 80%는 되는 것 같다. 감독님과 한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송인석이 2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친 현대캐피탈에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겨줄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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