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범 못줘” 구단 기싸움에 반쪽 난 드래프트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7시 00분


남자 프로배구 신인드래프트 파행 왜?
우리캐피탈 지명권 4장 행사 상황…타구단 “특단의 조치 취할것” 반발
결국 ‘대학 3학년 참가 불가’ 급선회, 박준범 집으로…선수들이 무슨죄?

일부 구단의 횡포에 프로배구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13일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밀레니엄서울 힐튼호텔. 대학 최대어 박준범(21·한양대 3년)의 지명을 놓고 구단들이 기싸움을 벌인 이번 드래프트는 대학 4학년 선수들만이 참가한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날 행사가 예정된 시간은 오전 11시. 하지만 갑자기 오후 1시로 연기됐다. 논란의 쟁점이 된 ‘3학년 참가’를 놓고 오전 9시30분부터 열린 구단주 간담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 그러나 대학배구연맹 조영호 회장까지 회의에 참석한 끝에 나온 결론은 뻔했다. 우리캐피탈이 창단 때 약속받은 신인 지명권 4장을 먼저 행사하되, 졸업반 선수만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시키는 것. 결국 프로 진출의 꿈을 가졌던 박준범은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좀 더 빨리 결정해줬으면…. 나 때문에 피해를 본 3학년 동기들에게 미안하다.”

사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는 3학년도 학교 허락만 있으면 드래프트 참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구단들의 반대가 워낙 거셌다.

심지어 A구단 단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배구계 모 인사는 “‘특단의 조치’란 연맹 탈퇴와 팀 해체가 아니냐”며 고개를 저었다.

3학년 참가를 반대한 B구단 단장은 “지난 주 단장들이 모여 ‘3학년은 제외하자’는 합의를 했는데 또 결정을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며 “3학년이 나오면 졸업반의 진로를 막게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C구단 관계자는 “마지막 우선 지명을 활용하기 위해 우리캐피탈이 올해 박준범의 드래프트 참여를 종용한 게 아니냐”고 사전 접촉설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배구계의 전반적인 시각은 곱지 않다. 우리캐피탈 관계자는 “박준범을 선발한다고 꼴찌가 당장 우승 전력이 되느냐”고 반문했고, D대학 관계자는 “프로팀이 잇속을 찾으려고 선수들의 직업 선택을 침해한 셈”이라며 “3학년을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게 벌써 3년차인데, 매번 입맛대로 조정될 규정은 왜 만들었느냐”고 성토했다. 배구계 관계자는 “우리캐피탈 창단으로 선수 선발의 어려움을 겪은 KEPCO45 등 몇몇 팀들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선수들이 거듭 피해를 입는 현실은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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