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황제’ 조호성의 꿈은 이뤄질까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6일 00시 02분


그는 '경륜 황제'였다. 2004년 경륜에 입문한 그는 한 해 상금으로 2억 60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5년간 상금왕에 4번 올랐고, 그랑프리 우승은 3번 차지했다.

그러나 그는 올 초 스스로 황제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것도 돈과 명예와는 거리가 먼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다. 서울시청 사이클 팀에 복귀한 그는 요즘 충북 음성군의 한 여관에 묵으며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팀의 막내 장경구(19)와는 16살 차이다.

그의 이름은 조호성(35). 8일 서울 한복판을 가로 지르는 2009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서울시, 대한사이클연맹, 동아일보사 공동 주최)에서 그는 우승에 도전한다.

●"1등 하고 욕먹긴 싫었다"

조호성은 "즐겁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경륜은 돈이 걸려 있다 보니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다. 경륜은 1등을 하고도 팬들에게 욕먹는 몇 안 되는 종목일 것"이라고 했다. 경륜을 하는 동안 그의 마음고생은 심했다. 지난해 말 가족들은 그가 아마추어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제야 발 좀 뻗고 자겠다"고 격려해줬다. 조호성은 "경륜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마추어 사이클은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느끼는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100m 선수에서 마라토너로 변신

15년째 조호성을 지켜본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은 "조호성은 특별하다 못해 특이한 선수"라고 말한다. 조호성의 전공은 40km 포인트레이스(트랙에서 몇 바퀴를 돌 때마다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주)였다. 그런 그가 단거리 승부인 경륜에서 1인자가 된 것은 육상으로 치면 마라토너가 100m에서 성공을 거둔 것에 견줄 수 있다. 이제 그는 단거리 선수에서 다시 마라토너로 전향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체중 감량이었다. 식이요법과 꾸준한 훈련을 통해 경륜 시절 85kg까지 나갔던 몸무게를 장거리에 적당한 70kg까지 줄였다. 그는 "지난 10개월 간 노력해 이제 전성기 몸 상태의 80% 정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조호성은 지난 달 열린 전국체전에서 남자 일반부 개인도로 금메달과 45km 도로독주 은메달로 건재를 알렸다.

●사이클의 김연아, 박태환을 향해

조호성의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사이클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에 출전한 그는 1점이 모자라 4위에 그쳤다. 경륜을 하는 동안에도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은 그의 머리 속을 떠난 적이 없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39세인 후안 라네라스(스페인)가 포인트레이스 금메달을 딴 게 큰 자극이 됐다.

조호성은 "한창이던 2000년에도 안 됐는데 2012년에 되겠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긴다. 그런 분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피겨와 수영도 김연아와 박태환이 잘하기 전에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사이클에서도 그런 선수가 나와야 발전할 수 있다. 내가 안 되면 후배들을 도와서라도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음성=이헌재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