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이 본 ML 포스트시즌] 데이먼 눈치작전 적중…양키스 3연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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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생각하지 않고 플레이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야구만큼 ‘생각하는 야구(Thinking Baseball)’를 강조하는 종목도 없다. 미국에는 ‘생각하는 야구’라는 전문서도 있다. 야구가 유독 생각하는 플레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일어나고 선수가 창의적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는 감독, 코치가 선수에게 일일이 얘기를 하지만 뉴욕 양키스처럼 베테랑 집단은 코치급 선수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스로 상황을 푸는 능력이 탁월하다.

‘스리아웃을 3루에서 당하지 말라’는 야구격언이 있다. 스코어링 포지션인 2루에서 적시타 한방이면 득점을 올릴 수 있어서다. 여기에서 말하는 3루 아웃 상황은 무리해서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 3루로 진루할 수 있다면 주자는 무조건 가야 된다. 3루에 주자를 두면 투수는 폭투와 포수의 패스트볼이 무서워 낙차 큰 변화구를 던질 수가 없다.

‘수비 무관심’인데도 1루주자가 2루로 뛰는 이유도 포스아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루에서 타자주자를 잡는 것과 포스아웃 수비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생각하는 야구’에서 비롯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뉴욕 양키스 7-4 승리의 수훈갑은 2번타자 조니 데이먼(사진)이다. 필리스는 8회말 페드로 펠리스의 동점홈런으로 경기 주도권을 양키스로부터 빼앗았다. 찰리 매뉴얼 감독이 4-4 동점 상황에서 마무리 브래드 릿지를 투입한 것도 9회말 필리스 공격이 9번에서 1번으로 이어지는 타순이어서 경기를 끝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릿지는 대타 마쓰이 히데키와 데릭 지터를 유격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가볍게 처리했다. 문제는 데이먼이었다. 릿지의 주무기 슬라이더를 커트하면서 9구째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데이먼은 마크 테셰라의 초구 때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시프트로 3루수 펠리스가 2루를 커버하느라 3루가 비어있는 사실을 간파하고는 곧장 3루까지 뛰었다. 2사 상황에서 데이먼의 3루 도루가 중요했던 것은 릿지가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던질 수 없었다는 점이다. 릿지의 슬라이더는 횡보다는 거의 종으로 떨어지는 뛰어난 구종이다. 릿지는 데이먼의 2, 3루 연속 도루에 흔들렸는지 테셰라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키고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1·3루서 상대했다. 릿지는 로드리게스에게 2구째 직구로 승부하다가 좌익선상 결승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초구도 직구였다. 이어 계속된 2·3루서도 포사다에게 직구를 얻어맞아 2타점 좌중간 적시타를 내주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타격까지 받쳐줘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한 데이먼의 9회 ‘생각하는 야구’덕분에 4차전은 양키스의 승리로 마감됐다.

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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