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완 9회말 굿바이 역전포, KIA 12년만에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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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18시 30분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6회말 무사 1루 KIA 나지완이 중월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잠실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6회말 무사 1루 KIA 나지완이 중월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잠실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승이었다. 강산이 한번 변하고도 남을 기간 동안 목말랐던 우승이었다. KIA가 나지완의 홈런으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KIA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에서 SK를 6-5로 이겨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한국야구 정상에 올랐다. 1997년 LG를 4승1패로 물리치고 우승한 뒤에 맛본 감격이다.

이날 경기초반 행운의 여신은 KIA를 외면하는 듯 했다. SK의 정근우가 안타를 치고 나간 4회초. 타석에 들어선 박정권이 휘두른 방망이에 맞은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뻗어 나갔다. 그러나 주자였던 정근우도 뛰지 않았다. 공의 궤적으로 볼 때 파울성으로 보인 것이다. 그러나 바람 탓인지 공은 왼쪽 폴대 안쪽으로 떨어지는 행운의 홈런으로 변했다. 먼저 2점을 내주게 된 KIA에게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어 KIA는 5회 초 한 점을 더 내주며 0-3으로 이끌려 갔다.

그러나 5회말부터 KIA의 반격은 시작됐다. 최희섭이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김상현의 땅볼 때 최희섭은 2루까지 진출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종범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기회는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어터진 안치홍의 적시타로 1점을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KIA는 6회초 다시 2점을 내주며 1-5까지 뒤졌으나 6회말 곧바로 다시 반격에 나섰다. 김원섭이 SK 투수 이승호로부터 안타를 뽑아낸 뒤 타석에 들어선 나지완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공은 그라운드 중앙을 가로지르며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3-5까지 추격한 KIA는 7회말 안치홍이 다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4-5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KIA는 이어진 1사 1,2루의 찬스에서 김원섭의 적시타로 기어이 5-5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KIA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나지완이 SK의 8번째 투수 채병용으로부터 중앙 담장을 크게 넘기는 홈런을 뽑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이날 두 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나지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KIA는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SK를 상대로 먼저 1,2차전을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 중심에는 이종범과 최희섭이 있었다. 이종범은 1차전에서 고비마다 맹타를 휘두르며 ‘종범신’이라는 별명 답게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빅리거’ 최희섭도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2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SK 현미경 야구의 집중견제에 막혀 호쾌한 타격이 나오지 않았지만 철저한 팀 배팅으로 2안타 2타점의 핵심적인 활약을 펼쳤다.

KIA는 근성을 발휘한 SK에게 3,4차전을 내주었으나 5차전을 다시 따내며 한발씩 앞서 갔다. SK가 기어이 6차전을 따내며 승부를 7차전으로 몰고 갔으나 운명을 건 마지막 승부의 승자는 KIA 였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김성근(SK)-조범현(KIA) 두 감독의 ‘사제대결’로도 관심을 끌었다. 비슷한 컬러의 두 감독이 펼치는 세밀한 대결이 펼쳐지면서 미세한 부분에서 승부가 갈렸고 이로 인해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논란시리즈’라는 말까지 나왔다.

조짐은 1차전부터 싹텄는데 8회말 1사 1·3루 KIA 이종범의 위장 스퀴즈번트 때 스트라이크-볼 판정, 이른바 ‘신의 손’으로 압축되는 장면이다. SK는 스윙이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차전 4회말 KIA 김동재 코치가 SK 전력분석팀의 수비 시프트 지시 행위에 대한 공개 항의로 인해 양 팀은 민감한 감정 대립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3차전 4회말 2사 후 SK 정근우의 땅볼을 KIA 투수 서재응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왜 째려 봐”논란이 일었고 시비가 붙었다. 벤치에 있던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뛰쳐 나오는 격한 모습까지 연출됐다.

또 5차전에서는 ‘개구리 번트’와 ‘신의 발’로 명명된 2가지 논쟁적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3회 KIA 이용규의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 때 ‘발이 타석을 벗어난 게 정당한지’와 6회 이종범의 2루 땅볼 때 ‘KIA 1루주자 김상현이 오른발로 SK 유격수 나주환의 정상적인 1루 송구를 방해한 것인지’ 등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두 번째 마찰 때, 선수단 철수로 의도적 퇴장을 자초하면서까지 격하게 반응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치러진 이번 한국 시리즈는 역대 5번째로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으로 치러졌다. 팬들과 선수들의 열렬하고도 격렬한 대결 속에서 KIA는 다시 한번 한국야구 최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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