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선 ‘따끔’ 밖에선 ‘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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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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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사령탑 동부 강동희 감독 새 리더십 화제

프로농구 동부 강동희 감독(43·사진)은 현역 시절 ‘어디든 등만 닿으면 코를 곤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잠이 많았다. 타고난 건강 체질인 그의 비결은 바로 숙면에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 강 감독이 요즘은 새벽에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올 시즌 처음 감독을 맡아 부담감이 커졌고 신경 쓸 일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술 마시고 나서도 일찍 눈이 떠져요. 지난 일요일에는 난생 처음 새벽에 치악산에 올라갔어요.”

달라진 강 감독은 시즌 개막 후 2연승으로 동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아직 초반이기는 해도 강 감독에게 코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수비 농구를 구사해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듣던 동부는 올 시즌 2경기에서 실점은 여전히 76.5점에 그치면서도 평균 90.5점의 높은 공격력을 기록했다. 동부가 달라진 팀 컬러를 보이고 있는 데는 강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새로운 의욕을 보이고 있어서다.

강 감독은 “김주성을 빼면 나머지 포지션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열어놓았다. 자연스러운 경쟁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LG에서 이적한 박지현과 진경석, KT에서 옮긴 김성현 등은 허슬플레이를 마다하지 않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주성은 등번호를 강 감독이 현역 시절 달던 5번으로 바꾸며 새로운 각오로 이번 시즌을 맞고 있다.

푸근한 인상에 넉넉한 체격을 갖춘 강 감독은 사석에서는 주로 ‘형’으로 불린다. 김주성은 “요즘도 가끔 훈련할 때 동희 형이라는 말이 튀어나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미지를 통해 선수들과 속을 터놓으며 끈끈한 친화력을 발휘하지만 오랜 경험을 앞세워 선수들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눈물이 쏙 날 만큼 따끔하다.

초보 사령탑으로 힘차게 첫발을 내디디고 있는 강 감독은 “아직 시작일 뿐이다. 경기 끝나면 와이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배운다는 자세로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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