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렬 코치 고발, 김호철 감독 해임

  • 입력 2009년 9월 22일 0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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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폭력 뿌리뽑자” 초강력카드

회계부정 등 뒤숭숭한데 구타까지… 

박철우 폭행 사건 터지자 당혹 참담 

박용성 회장 “구타 코치는 영구 퇴출”

“더 이상의 솜방망이 처벌은 곤란하다. 일벌백계를 통해 한국스포츠에서 폭력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

대한체육회(KOC)가 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남자배구 국가대표 박철우(현대캐피탈)의 폭행 사건과 관련, 폭행 당사자인 이상렬 대표팀 코치를 태릉선수촌장 명의로 관할 노원경찰서에 고발키로 했다. KOC는 21일 오전 최종준 사무총장 주재로 대한배구협회 이춘표 전무이사를 출석시킨 가운데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이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KOC는 선수단 관리책임을 물어 김호철 대표팀 감독의 해임을 배구협회에 권고했다. 이와 관련, 배구협회는 이날 오후 긴급 상무이사회를 열고 KOC의 권고안을 수용, 김 감독을 해임했다. 후임에 차상현 대표팀 트레이너를 감독대행으로 임명, 24일부터 필리핀에서 열리는 제15회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박철우가 폭행 관련 기자회견을 연 다음 날인 19일 협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또한 상무이사회에 이어 곧바로 선수보호위원회도 열어 19일 상무이사회에서 결정한 이상열 코치에 대한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확정했다.

KOC의 한 관계자는 “신성한 태릉선수촌 내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일벌백계 한다는 차원에서 강경한 조치를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KOC는 최근 펜싱과 농구 종목에서 선수와 코치 사이에 폭력이 발생하는 등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판단, 사상 초유의 고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에는 박용성 KOC회장의 의중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3월 취임 이후 폭력에 관한 한 엄단할 것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는 이런 의중이 먹혀들지 않을 뿐 아니라 심심치 않게 사건이 터져 나왔다. 그런 때문인지, 박철우 사태를 보고 받은 박 회장은 “구타한 코치는 영구 퇴출 시켜야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OC도 난감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로 드러난 회계 부정과 선수 폭력 등을 방지하기 위해 11일 가맹경기단체 긴급 전무이사 회의를 개최한 것은 물론이고 23일 선수 인권보호 및 향상을 위한 ‘스포츠인권보호 가이드라인’ 공청회가 마련된 상황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폭력 사태가 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폭력으로 얼룩진 한국스포츠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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