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지도자 선발 방식부터 바꿔라”

  • 입력 2009년 9월 21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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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 대표팀 제외…감독 사의 표명

1. 징계 수위와 박철우 거취

이상렬 코치 ‘무기한 자격정지’ 받아

박철우 대표팀 제외…감독 사의 표명

2. 배구인-팬들 반응

“지도자 검증 절차부터 명확히 해야”

“협회, 폭력사태 덮기만 급급 왜이래”

3. 대표팀 수습방안…향후 전망

자진 퇴촌…수원으로 훈련장소 옮겨

대한체육회, 오늘 징계 방안 논의키로

박철우(24·현대캐피탈)를 구타, 물의를 일으킨 남자배구대표팀 이상렬 코치가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배구협회는 19일 긴급 상무이사회를 열고, 박철우를 폭행(전치 3주)한 이 코치에게 무기한 자격 정지는 물론 선수보호위에 회부하고, 박철우는 선수보호차원에서 대표팀에서 제외키로 했다. 사의를 표명한 김호철 대표팀감독에 대해선 26일부터 필리핀에서 열릴 아시아선수권 이후 거취를 재론하기로 했고, 이종경 남자강화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지도자 검증부터

배구인들은 ‘지도자 자질론’을 지적했다. 배구인 A씨는 “대표팀에서 뛰길 희망해 온 선수들이 최근 대표발탁을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B씨도 “고참보다 주로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 대표팀 소집기간 동안, 코칭스태프의 지도 방식을 떠나 선수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경우가 잦았다고 들었다”고 동조했다. 지도자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전임 지도자’ 체제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임기응변식, 나눠먹기식 지도자 선발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남자프로배구 C구단 감독은 “전임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검증 절차부터 명확해야 한다. 좋은 지도자가 있어야 팀도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D구단 감독도 “만약 김호철 감독이 사태를 알고 있었다면 ‘자질 부족’이고 (폭력을) 몰랐다면 관리를 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사태 막기 급급한 협회

배구팬들은 최근 파장을 일으킨 펜싱대표팀의 구타 사건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폭행사건이 나왔다는 데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각종 스포츠 게시판에도 “용서할 수 없다” “프로도 이 모양인데, 아마추어는 오죽하겠느냐” 등 비난의 글이 계속 올라온다. 특히, 배구협회가 기자회견을 요청한 박철우측 요구를 무마하고, 덮어두려 했던 사실에 뒤늦게 알려지면서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한 팬은 N사이트에 “대표팀 성적은 바닥을 치는데, 폭력을 근절할 생각은 안하고, 외부에 알려지는 걸 막으려던 협회는 무슨 생각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협회는 18일 기자회견 이후 박철우의 아버지 박정선씨에게 전화를 걸어 “배구계가 상생해야 한다. 이 코치가 형사고발 되면 ‘더 이상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확인서를 써줬으면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박 씨는 “확인서를 써줄 생각은 없다. 징계 수위도 이해할 수 없다. ‘제명’ 아닌 ‘자격정지’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것 의미 아니냐”며 “대한체육회 차원의 처벌을 바란다”고 말했다. 배구인 E씨는 “여자농구의 성추행 사건 못지않게 중대 사안이므로 이번 기회에 확실히 근절해야한다”며 배구계의 폭력 근절과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대한체육회도 20일 “배구협회의 제재가 부족하면 직접 나서겠다”며 엄중히 조치를 시사했다.

한편 폭행 사건을 일으킨 배구 국가대표팀이 태릉선수촌을 떠났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배구 대표팀은 19일 선수촌을 나와 경기도 수원으로 훈련장소를 옮겼다. 선수촌 관계자에 따르면, 폭행사건을 일으킨 배구대표팀은 사태 수습을 위해 스스로 선수촌을 떠났고, 배구협회는 자진 퇴촌에 따른 공문을 제출키로 했다. 대표팀은 수원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용인의 현대캐피탈체육관에서 훈련할 예정. 대한체육회는 21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징계 방안을 논의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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