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스탠스로 임팩트 순간 길게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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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출전 이시카와 료의 장타비결
173㎝ 68㎏에도 300야드 ‘펑펑’

코오롱 이웅열 회장(53)은 7월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 세가 새미컵 프로암대회에서 이시카와 료(18·사진)와 동반자가 됐다. 핸디캡 5의 고수인 이 회장은 당시 이시카와와 첫 라운드를 마친 뒤 “키는 작은데 거리가 엄청나다. 한국에 오면 많은 팬이 좋아할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인연으로 코오롱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한국오픈에 출전하게 된 이시카와는 이 회장의 표현대로 173cm, 68kg의 그리 크지 않은 신체조건에도 폭발적인 장타력을 갖췄다.

이시카와는 올 시즌 JGTO투어에서 평균 295야드의 드라이버 비거리로 이 부문 8위에 올랐다. 비결은 뭘까. 10일 한국오픈 개막에 앞서 9일 대회 코스인 천안 우정힐스GC(파71)에서 열린 프로암대회에 출전한 이시카와를 지켜본 국내 전문가들은 “장타를 위한 이상적인 스윙을 지녔다”고 입을 모았다.

이시카와는 거리를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넓은 스탠스를 취한다. 임팩트 순간을 길게 하고 체중 이동도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임팩트 때는 왼쪽 무릎의 리드가 눈에 띄는데 몸의 왼쪽을 지지대로 삼아 강력한 파워를 싣는다.

골프대표팀 한연희 감독은 “하체가 탄탄할 뿐 아니라 임팩트 후 마치 온몸을 던지는 듯 격한 상체의 회전을 통해 헤드 스피드를 끌어올린다”고 분석했다.

의식적으로 스윙 아크를 크게 하는 일본식 스윙과 손목을 미리 꺾는 미국식 스윙이 혼재한 것도 독특하다.

이시카와는 8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내가 천재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매일 땀을 흘린다”고 말했다. 그의 장타 역시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일본에서 그의 트레이닝 과정을 지켜본 전현지 티골프 스튜디오 이사는 “이시카와는 복싱선수처럼 쉴 새 없이 복근을 단련했다. 강한 근력을 바탕으로 다운스윙에서 임팩트 이후 몸이 열리는 편인데도 거리 손실을 줄이고 정확도도 높인다”고 평가했다.

곱상한 외모에 어린 나이답지 않게 절도 있는 태도를 지닌 이시카와는 일본 골프의 슈퍼 히어로로 불린다. 모자에만 파나소닉, 도요타자동차, 요넥스, ANA 등 4개 기업의 로고를 붙인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수백억 원의 스폰서 수입을 올릴 만큼 최고의 상품가치를 지녔다. 올 시즌 JGTO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상금 선두에 나섰다.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이시카와는 한국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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