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탈락’ 윤옥희 금빛 동료애

  • 입력 2009년 9월 7일 09시 55분


코멘트
경기장 돌며 남은 선수들 응원

남자 3명 모두 사상 첫 4강에

“오빠 나 8강에서 떨어졌어. 오빠 잘해야 돼요. 파이팅!”

6일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 남자 리커브 개인본선에 나서는 베이징올림픽금메달리스트 이창환(27·두산중공업)의 핸드폰이 울렸다. 윤옥희(24·예천군청)가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베이징올림픽금메달리스트 윤옥희는 박성현(26·전북도청)이 빠진 여자대표팀에서 실질적인 에이스였다. 6일 오전 여자개인전 본선. 주현정(27·현대모비스)과 곽예지(17·대전체고)는 4강에 안착했지만, 윤옥희는 8강에서 나탈리아 산체스(콜롬비아)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창환은 바로 윤옥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고했다. 단체전에서 잘하면 되지.” 여자대표팀의 맏언니 주현정 역시 경기가 끝난 직후, 발갛게 상기된 윤옥희의 볼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윤)옥희 마음 제가 잘 알지요. 저도 매번 8강에서 떨어졌었거든요. 실력이 안 되는 선수라면 모를까, 세계선수권 준비하느라 고된 훈련을 다 참았는데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지금은 (윤)옥희에게 말을 걸지 말아주세요.” 주현정은 4강에 진출하고도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후에 열린 남자개인본선. 생글생글 웃으며 경기장에 나타난 윤옥희는 “(이)창환 오빠 경기를 보러가야겠다”며 응원대열에 합류했다. 남자개인전에서는 이창환과 오진혁(28·농수산홈쇼핑), 임동현(23·청주시청)이 모두 4강에 진출했다. 세계선수권 남자 개인전에서 한국선수 3명이 4강에 오른 것은 사상 최초. 결국 리커브 남여대표 6명 중 개인전 4강에 들지 못한 선수는 윤옥희 뿐인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윤옥희는 박수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제가 웃고 있어도 속은 타들어간답니다.” 어렵게 마음을 털어놓은 윤옥희.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은 “본인이 제일 힘들 텐데 팀 분위기를 위해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을 대하는 (윤)옥희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세계정상의 실력만큼 동료애도 금빛. 여자대표팀 구자청(42·현대모비스) 감독은 “(윤)옥희를 위해서라도 단체전에서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리커브 남여 개인·단체 석권을 위한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남자부 오진혁과 임동현은 준결승에서 집안싸움을 벌이고, 이창환은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박경모(33·공주시청)를 꺾은 빅토르 루반(우크라이나)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리커브 남여단체전 본선은 7일, 결승은 8일 열린다. 리커브 개인전 준결승과 결승은 9일.

울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화보]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실력 느껴보자~
[화보]‘양궁신’ 오진혁, 하루에 세계신 3개나…
[관련기사]콜롬비아 최재균감독은 즐거운 죄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