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낡은 신 갈아신고…최형우가 끝냈다

  • 입력 2009년 9월 4일 0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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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연타석 무안타 굴욕의 4번… 결국엔 터졌다 ‘생애 첫 끝내기’

삼성 최형우(26)는 3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검은색 낡은 스파이크를 꺼냈다. 종전까지 신던 흰색 스파이크 대신 착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시즌 초반 2할대 초반의 타율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 늦깎이 신인왕에 오른 뒤 타율 3할과 30홈런을 가슴 속에 새기고 시즌을 출발했지만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고민은 커졌다. 그는 당시 흰색 스파이크를 신고 있었다.

그런데 시즌 중반 검은색 스파이크를 갈아신은 뒤로 일이 술술 풀렸다. 타율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고, 홈런은 펑펑 터졌다. 타율은 3할대를 넘어섰고, 홈런은 19개까지 때려냈다. 다시 흰색 스파이크로 갈아신었지만 한번 잡은 감은 지속됐다.

그러나 삼성은 3일까지 최근 4연패에 빠져 있었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 팀은 승수 대신 패수만 쌓아갔다. 최형우는 2일 KIA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삼진 1개를 당했다. 4번타자로서 팀 패배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날 그는 다시 자신의 타격감을 부활시킨 검은색 스파이크를 꺼내 신었던 것이었다. 선배 김재걸은 경기 전 그를 본 뒤 “그 스파이크 신었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낡디낡은 스파이크였기 때문이다. 그런 선배의 얼굴을 보면서 그도 웃었다.

그는 이날 머리도 짧게 깎고 다시 4번타자로 나섰다. 그러나 앞선 4타석까지 여전히 4타수 무안타. 8월 30일 대구 SK전 마지막 2타석 범타까지 포함하면 10연타석 무안타. 하지만 결정적일 때 천금 같은 안타를 터뜨렸다.

2-2 동점인 연장 10회말 2사 2루. 마운드에는 KIA 2번째 투수 곽정철이 버티고 있었다. ‘어차피 안 맞는 거 초구부터 치자. 직구만 노리자.’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한 채 타석에 들어서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렀다. 파울. 그리고 2구째 직구가 날아오자 배트를 전광석화처럼 돌렸다. 깨끗한 우전안타. 발빠른 2루주자 이영욱은 3루를 돌아 쏜살처럼 홈까지 파고들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지만 우효동 주심의 양팔은 가로로 힘차게 뻗었다. 세이프!

그로서는 2002년 프로 데뷔 후 생애 처음 기록한 끝내기 안타였다. 삼성으로서는 4연패를 끊고 4위 롯데에 반게임차로 따라붙으며 4강행에 다시 희망을 불지폈다.

최형우는 경기 후 “ 우리가 4강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한다. 하던 대로 1게임, 1게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우리는 4강에 들었던 팀이다”고 4번타자답게 늠름하게 말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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