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에 빠진 유럽인들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경기장에 수만명 몰려 응원
박수 환호… 선수들과 한마음

‘박수 치고 환호하고 때로는 숨을 죽이고….’

19일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창던지기 결승. 관중은 독일의 슈테피 네리우스가 창을 집어 들자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네리우스가 창을 던지자 환호성을 지르며 멀리 나가기를 기원했다.

육상은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선수들이 기록과 싸우는 그 자체에 환호하고 갈채를 보낸다. 달리고 뛰고 던지는 장면을 즐긴다. 그리고 승자는 물론 패자에게도 존경을 표한다.

18일 남자 100m 메달 세리머니 때 9초58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소개되자 5만여 관중이 모두 일어서서 환호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볼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패자가 더 큰 박수를 받을 때도 있다. 16일 여자 1만 m에서 30분24초24로 우승한 리네트 마사이(케냐)보다 두 바퀴나 뒤진 33분41초17로 꼴찌를 한 142cm, 29kg의 ‘작은 거인’ 사하쿠 유카리(일본)는 기립박수를 받았다.

응원에도 기본 예의는 있다. 여자 창던지기에서 독일의 네리우스가 던질 때 경기장은 떠나가듯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남자 200m 예선 2라운드가 시작되자 쥐 죽은 듯 숨을 죽였다. 출발 총성이 터진 뒤엔 주자들의 역주를 지켜보며 다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육상과 하나가 돼 그 참맛을 즐겼다. 매일 경기장에 왔다는 엘리히 욘 씨(47)는 “우리가 엄두도 못 내는 것을 선수들이 하고 있지 않는가.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다”라고 말했다.

조해녕 대구 세계선수권 공동 조직위원장은 “유럽 육상 팬은 멋진 매너를 갖췄다. 2년 뒤 한국 사람들도 이렇게 육상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