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대진 100승 불발, 안타깝네요”

  • 입력 2009년 8월 14일 08시 20분


호투불구 야수 실책성 플레이 5실점

KIA 투수 이대진(35)은 13일 광주 롯데전에 선발등판, 개인통산 100승에 도전했다. 팀의 연승행진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마운드에 올라 나름 호투를 이어갔지만 야수진의 실책성 플레이가 끼어든 탓에 6이닝 동안 8안타 2탈삼진 5실점(4자책점), 역대 21번째 100승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2회 2사 후 3루수 김상현의 송구 실책과 6회 정수근을 내야안타로 만들어준 유격수 이현곤의 수비가 아쉬웠다.

1993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KIA의 전신 해태에 입단한 그는 올해로 장장 17년째 프로생활을 지속하는 동안 숱한 부상 역경을 이겨낸 불굴의 정신의 소유자로 귀감을 사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해태의 마지막 전성기를 대표하는 에이스였지만 1999년 스프링캠프에서 어깨를 다친 뒤로 재활과 부상 재발의 악순환에 시달렸고, 한때나마 타자로 전향(2002년)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로 내몰리기도 했다. 1998년까지 총 76승, 해마다 평균 12-13승을 올렸던 그지만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은 21승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이대진과 함께 선수로 동고동락했던 KIA 이강철 투수코치는 13일 경기를 앞두고 잠시 회상에 젖었다. 이대진은 이 코치와 함께 타이거즈의 마지막 우승(1997년)을 일군 멤버 중 투수로는 유일하게 아직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야수로는 이종범 김종국 홍세완이 남아있다). 이 코치는 “오늘 대진이가 100승을 거둔다면 나 역시 무척 기쁠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1998년이다. 그 때는 대진이가 막내나 다름 없었다”며 “그 해에는 시범경기를 상금이 걸린 토너먼트대회로 치렀는데 당시 팀이 어려워지면서 (선수)상조회비도 바닥 나 선수들이 우승을 위해 정규시즌에 들어가기도 전에 좀 무리를 했다. 그 때문인지 98년 말 나는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고, 대진이는 다음해 전지훈련 때 덜컥 다치고 말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더 이상 말문을 잇지는 못했지만 이 코치의 가슴 속에서는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치미는 듯했다. 마치 지금은 떵떵거리는 부자가 됐지만 가난하던 시절 어쩔 수 없이 희생한 막내동생이 떠올라 한숨짓는 형의 모습이랄까. 조범현 감독을 비롯한 KIA 선수들이 이대진이 등판하는 날이면 왜 더욱 소리 높여 파이팅을 외치는지, 이 코치의 말 속에 그 실마리가 담겨있었다.

광주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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