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취소? 순리대로∼”… 조범현 감독의 여유

  • 입력 2009년 8월 8일 08시 40분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진 7일 오후 군산. SK는 4시가 다 되도록 전주숙소를 출발하지 않았다.

히어로즈와 3연전에서 무려 20명의 투수를 등판시킨 SK는 우천취소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반대로 1위를 질주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KIA, 더군다나 이날 선발은 용병에이스 구톰슨. KIA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야구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려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KIA 조범현 감독(사진)은 달랐다. 침착한 목소리로 최동원 경기감독관에게 “오늘 취소되는 겁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한참 타격도 좋은데, 우천 취소되면 안타깝겠다’는 질문을 던지자 오히려 “아니에요. 순리대로 해야죠. 순리대로”라며 미소를 지었다.

조 감독은 그러면서 1987년 OB시절 일화를 털어놨다. 때는 1987년 8월 27일 당시 OB감독은 현 SK감독 김성근 감독. 포수는 조범현 현 KIA 감독. 잠실 빙그레전을 앞두고 있었다.

투수 난에 허덕이는 빙그레를 상대로 OB는 자신감이 넘쳐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경기감독관은 취소 사인을 내리려했다. 김성근 감독은 1승을 위해 전 직원을 동원, 스펀지로 잠실구장 물을 빼기 시작했다. 마침 빗줄기가 약해졌고 경기감독관은 항복 선언과 함께 경기를 개시했다.

조 감독은 “1회에 4점이나 먼저 뽑고, 무조건 이길 줄 알았죠. 하지만 이강돈에게 사이클링히트 얻어맞고 대역전을 당했어요”라며 웃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하면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순리대로 해야죠. 순리대로”라며 다시 1위팀 감독다운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군산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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