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된 두 배구영웅, 김호철 먼저 웃다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9분


현대, KEPCO45 꺾고 4강 확보
신생 우리, 대한항공 잡고 조1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두려운 게 없었다. ‘컴퓨터 세터’ 김호철이 자로 잰 듯 토스를 하면 왼쪽에 있던 ‘아시아의 거포’ 강만수는 천둥 같은 스파이크를 날렸다. 한국 남자 배구가 1978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세계 4강을 달성했을 때, 그해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중국을 꺾고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을 때, 그리고 이듬해 멕시코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때 두 사람은 함께했다.

한국 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 사람이 사령탑으로 처음 맞붙었다. 30일 부산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 부산국제배구대회 현대캐피탈과 KEPCO45의 대결. 김호철 감독은 지난 정규시즌 1위 현대캐피탈, 강만수 감독은 꼴찌(6위)였던 KEPCO45의 사령탑으로 코트에 나왔다. 강 감독은 1993년부터 2001년까지 현대캐피탈의 전신인 실업배구 현대자동차서비스 감독을 지낸 뒤 코트를 떠났다가 지난달 KEPCO45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8년 만의 현장 복귀다. 김 감독은 2003년부터 현대캐피탈을 맡고 있어 두 사람은 한동안 코트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다. 두 사람은 1955년생으로 동갑내기이지만 입학을 빨리 한 강 감독이 2년 선배다.

예상외의 접전이 펼쳐졌지만 웃은 쪽은 역시 김 감독이었다. 현대캐피탈은 박철우(28득점)의 활약을 앞세워 3-1(25-15, 16-25, 25-22, 25-22)로 이기고 최소 A조 2위를 확보하며 4강 진출을 확정했다.

남자부 B조 신생팀 우리캐피탈은 강호 대한항공을 3-1로 꺾고 준결승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B조에서는 우리캐피탈, 삼성화재, 대한항공이 모두 3승 1패지만 점수득실을 따진 결과 우리캐피탈, 삼성화재가 1, 2위를 차지했다. 여자부 준결승에서는 톈진(중국)이 덴소(일본)를 3-1로 꺾고 결승에 선착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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