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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7월 27일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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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잉글랜드 축구였다.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애스턴 빌라는 장내 외에서 90분 내내 뜨거운 열전을 보여줬다. 애스턴 빌라와 말라가CF(스페인)의 2009피스컵 C조 경기가 열린 26일(한국시간) 말라가 에스타디오 라 로사레다.
북아일랜드 출신 명장 마틴 오닐 감독의 애스턴은 맹공을 퍼부었으나 상대 골문을 열지 못한 채 후반 34분 페르난도에 실점, 0-1로 졌다. 그러나 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오닐 감독도 “잘 싸웠다. 우린 며칠 전에야 풀 트레이닝을 시작했다”고 스코어에 개의치 않았다. 애스턴 빌라와 동행한 더 타임즈, 데일리 메일, 더 선 등 4명의 영국 취재진도 “휴식 뒤 첫 공식 경기치곤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단,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실망했을 원정 팬들. 빌라의 미디어 담당관은 “워낙 많은 서포터스가 와 확실한 집계는 되지 않지만 대략 1500명 정도”라며 “이왕이면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해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가’의 팬들은 달랐다. 서포팅에서 홈팬들을 압도했고, 어떤 상황에서든 박수와 함성으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EPL에서 늘 그래온 것처럼 스타디움 외곽에서 말라가 팬들과 충돌, 약간의 소요가 발생키도 했으나 대부분은 아픔을 간직한 채 밝은 내일을 기약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40년째 빌라와 함께 했다던 제임스 쿡은 “7세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빌라 파크(애스턴 빌라 홈구장)를 찾은 뒤 내 팀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번엔 아들(11세)과 와이프도 왔다. 휴가도 보내고, 축구도 볼 수 있어 즐겁다”고 웃었다.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 시절, 총 7개의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으나 임파종에 걸린 부인 간병을 위해 과감히 지휘봉을 내려놓을 정도로 ‘순애보’를 썼던 오닐 감독의 과거와 맞물린 빌라 원정 팬들의 팀 사랑은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었다.
말라가(스페인)|남장현기자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