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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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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남 육상연맹 전무이사 기고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마린보이’ 박태환과 올해 세계선수권 챔피언 ‘피겨 여왕’ 김연아 같은 월드 스타를 다시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유전적, 신체적, 정신적 요소와 전문 기술 능력 등으로 나뉜다. 유전적인 요소는 신체적 요소와 깊은 관련이 있다. 유산소 능력은 90% 이상 타고난다. 젖산 능력(80% 이상)과 심박수(85% 이상), 근섬유(100%)는 천부적인 자질이 중요하다.
2차 성장기 전후(약 12세)가 되면 개인의 잠재 최고 능력을 100%로 봤을 때 전신 조정력은 90%, 감각 조정력은 80%, 속도 반응은 90%, 연속 속도 반응(점프 등 연계 동작)은 80%, 물리적인 힘과의 조화(협응력)는 30%가 나온다고 한다. 이는 스포츠에서 선천적인 능력이 중요하며 특정 스포츠에 자질을 보이는 선수를 최대한 빨리 발굴해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국 스포츠 과학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한국 스포츠 과학의 주체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이다. 국민체육 진흥을 위한 체육정책의 개발 및 지원, 국가대표 선수의 경기력 향상 지원 등 한국 스포츠의 모든 것을 책임지기 위해 설립됐다. 하지만 세계 10위 한국 스포츠를 떠받치기에는 부족한 게 많다. 동아일보가 소개한 미국과 일본, 독일의 스포츠 과학은 부러울 따름이었다.
현재 체육과학연구원의 연구 인원은 31명. 이 중 15명이 정책 개발, 16명이 엘리트 선수 경기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종목당 3, 4명의 스포츠 과학자가 배정돼 있는데 한국은 1명이 3, 4개 종목을 맡아 지원하고 있다. 연구 인력이 적어도 종목당 1명은 돼야 하는데 아직은 요원한 게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엘리트 선수의 경기력 향상 연구 인원을 48명까지 늘려준다고 했지만 아직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낙후된 청사와 기자재도 연구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위해 만든 연구원은 당시에는 최고 시설을 갖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 과학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문화부 산하 문화재관리국 땅을 빌려 쓴다는 이유로 증개축을 못한 탓이다.
한국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스포츠 과학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은 서울 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는 등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빛나는 활약을 해왔다. 현재 국내 스포츠 과학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열악하다. 엘리트 스포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스포츠 과학은 종합 과학이다. 스포츠 선수와 지도자, 학자, 행정에 대한 지원이 상호 보완되고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 제2의 박태환과 김연아를 탄생시키려면 이제라도 스포츠 과학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