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프리토킹] 산타나·그라인키 “역사를 던져라”

  • 입력 2009년 6월 9일 08시 32분


양대리그 동시 트리플크라운 도전

1900년 이후 양대 리그를 통틀어 ‘투수 3관왕(트리플크라운)’, 즉 한 시즌에 한 투수가 다승·방어율·탈삼진 부문 1위에 모두 오른 것은 총 30차례였다. 같은 기간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 1위 석권)’이 13번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많다. 그래도 3, 4년에 한 번씩은 투수 3관왕을 볼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양대 리그에서 같은 해 투수 3관왕이 나온 것은 3차례에 불과하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 이야기다. 1905년 크리스티 매튜슨과 루브 워델, 1918년 전설의 강속구 투수 월터 존슨과 히포 본이 있었으며, 마지막 3관왕 듀오는 다시 월터 존슨과 대지 밴스가 1924년 이룬 쾌거다.

1967년 칼 야스츠렘스키를 마지막으로 40년 넘게 대가 끊긴 타격 3관왕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투수 3관왕 역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 실점을 최소화하는 경기운영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본인이 등판하는 경기에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타선의 도움까지 완벽히 조화를 이뤄야 가능한 어려운 기록이다. 아직 시즌 절반도 흐르지 않았지만 85년 만에 양대 리그에서 동시에 투수 3관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누군지, 그리고 이들을 저지할 라이벌은 누군지 살펴본다.

○내셔널리그 요한 산타나

우선 내셔널리그에서는 이미 2006년 미네소타 소속으로 트리플크라운을 경험한 바 있는 현역 최고의 좌완투수 요한 산타나가 이번엔 뉴욕 메츠 소속으로 영광 재현을 꿈꾸고 있다.

6월 7일 현재 산타나는 7승으로 리그 다승 공동1위, 89개의 탈삼진으로 애틀랜타의 하비에르 바스케스(93개)와 샌프란시스코의 팀 린스컴(91개)에 이어 3위, 방어율은 2.00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승 부문에서 신경에 거슬리는 경쟁자는 LA 다저스의 에이스 채드 빌링슬리다. 메이저리그 최다승을 거두고 있을 정도로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는 팀의 득점지원과 시속 150km 중반대의 강속구를 앞세운 빌링슬리는 절정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하지만 산타나의 소속팀 메츠 역시 만만치 않은 타선을 갖추고 있어 재미있는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 외에 밀워키의 요바니 가야도, 애틀랜타의 데릭 로도 다크호스로 꼽히지만 노련한 산타나를 앞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산타나가 3관왕에 오르는데 가장 심한 경쟁이 예상되는 부문은 탈삼진이다. 바스케스가 꾸준한 삼진 페이스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반해 지난해 탈삼진왕 린스컴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선수다.

하지만 산타나는 지난해 9이닝당 7.9개의 탈삼진 비율로 선발전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지만 올 시즌은 11.1개로 끌어올려 3년연속 탈삼진왕(2004-2006년)을 차지했던 시절보다 더 높은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그의 뒤를 추격하는 빌링슬리와 2007년 3관왕 제이크 피비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이 부문의 경쟁만 이겨낸다면 산타나의 3관왕 기대치는 아주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방어율에서는 매트 케인(샌프란시스코)과 대니 하렌(애리조나)이 뒤를 쫓지만 늘 후반기에 무너지는 하렌과 아직은 덜 영근 케인을 압도할 수 있으리란 예상이다. 특히 올해 들어선 피홈런 비율도 낮추고 있어 더욱 가능성이 높다.

○아메리칸리그 잭 그라인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잭 그라인키의 열풍이 뜨겁다. 시즌 8승으로 리그 2위, 91개의 탈삼진으로 역시 2위, 방어율은 1.55로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선수 중 유일하게 1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라인키에게 최대 장애물은 바로 토론토의 로이 할러데이가 버티고 있는 다승 부문이다. 이미 시즌 10승을 거두고 있는 할러데이는 20승 이상을 이미 2번이나 기록한 적이 있는 전형적인 ‘워크호스’ 스타일이다. 경제적인 투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어 경기 후반 뒤집기 승의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쉽지 않은 상대다.

토론토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지만 그라인키의 소속팀 캔자스시티와의 전력차가 뚜렷해 더욱 그라인키의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탈삼진 부문은 ‘100마일의 사나이’ 디트로이트의 저스틴 벌랜더가 6개 많은 97개의 탈삼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부진을 털어버리고 자신감을 회복해 그라인키와 접전이 예상된다.

최근 2차례 등판 전까지만 해도 0.84였던 방어율이 최근 2경기에서 12이닝 동안 8자책점을 기록하며 치솟은 것이 거슬리는 부분이다. 데뷔가 빨랐지만 아직 25세의 나이에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접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 하는 것이 포인트로 지적되고 있다.

○역대 4번째 양대리그 투수 3관왕 동시 도전

요한 산타나와 잭 그라인키. 이들 두 투수는 구위로는 이미 메이저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또 얼마나 행운이 따르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면에서 노련한 산타나가 더 근접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과연 동반 3관왕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지만 그 성공 여부를 떠나 이 둘의 투구는 투수전을 선호하는 팬들에게 한 차원 더 높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사실 만큼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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