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왜? 선배들 다 제치고 주장 완장 찼을까?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6월 9일 08시 12분



허정무호의 주장 박지성(28·맨유)은 코칭스태프의 신뢰 속에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주춧돌을 놓았다.

그는 “단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의 가교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대표팀은 박지성 주장 하에서 많이 달라졌다. 박지성의 ‘주장 효과’는 그가 활약하고 있는 영국에서도 단연 화제다.

맨유 구단은 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소속 선수들의 월드컵 예선 A매치 활약상을 다뤘는데, 박지성의 소식을 톱으로 내걸었다.

‘박지성에게 기쁨이’(Joy for Park)란 제목과 함께 “박지성이 7일 UAE를 누르고 팀 동료들에 앞서 가장 먼저 남아공월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박지성은 팀의 주장으로 90분 풀타임을 뛰었고, 종료 직전 UAE의 히랄 사에드의 퇴장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동안 주장을 맡으며 박지성이 어떻게 팀을 이끌었는지 살펴본다.

○허 감독이 직접 선택한 주장

지난해 10월 우즈벡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대표팀은 김남일이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하자 대체할 주장을 찾았다. 허 감독은 미리 박지성을 낙점했다.

이에 정해성 코치는 영국에 전화를 했지만 박지성은 한사코 사양했다. 김남일이 대표팀에 돌아올 것이고, 이영표 등 다른 선배들도 많아 부담스럽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떠넘기듯 주장 완장을 박지성에 줬다. 그의 수줍은 성격 탓에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주위의 예상을 깨고 완장의 무거운 책임감을 잘 소화해내면서 선수들의 구심점이 됐다.

“대스타가 뛰는데 우리도…” 캡틴 지성 솔선수범 리더십

○말보다는 행동


박지성은 주장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후배들보다 먼저 움직이며 ‘솔선수범’을 몸으로 실천하는 스타일. 후배들 입장에서는 맨유에서 뛰는 대스타가 먼저 움직이니 따라갈 수밖에 없다.

미팅은 좋은 예. 박지성은 팀 미팅 30분전에 먼저 나와 코칭스태프와 그날 미팅에 대한 의견을 사전에 주고받는다. 주장으로서 미리 내용을 숙지하고 미팅 시간에 후배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의 결정이다.

선수들 간 미팅에서도 박지성은 아주 짧게 할 말만 한다. 그래서 더 전달력이 강하다는 게 선수들의 이야기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파괴력

한국축구의 주장 스타일은 강한 카리스마가 주를 이뤘다. 홍명보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이운재, 김남일 등은 카리스마가 대세였다.

하지만 박지성은 부드럽다. 대표팀 막내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고, 어려워하는 후배에게는 먼저 다가간다.

경기 도중에도 잘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선수들과 차근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조율해 고쳐나간다. 이런 부분들이 모여 지금의 탄탄한 팀워크를 형성했다. 박지성의 카리스마는 강하지 않지만 파급력은 엄청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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