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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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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 대표 100명 출전
30분 지나자 그자리에 풀썩
“차라리 2차에서 탈락할래요”
어느새 미소는 사라졌다. 높이 들던 팔도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힘차게 허공을 차던 발도 이제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땀방울은 비 오듯 떨어졌다. 바닥은 물을 흘린 듯 흥건했다.
시간이 20분을 넘어가자 100여 명의 선수 중 절반이 지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단에 선 강사는 계속 동작을 반복했다. 신나는 음악은 선수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심사위원 10명이 채점표를 들고 선수들의 동작과 표정을 주시했다. 어떤 선수는 딴생각을 했는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심사위원과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다시 강사의 동작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전국대학에어로빅스축제가 27, 2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이번 축제는 단체경기, 치어단체경기, 에어로빅스 서킷을 비롯해 9개 종목에서 최고의 팀을 가렸다.
가장 눈길을 끈 종목은 에어로빅스 서킷. 육상으로 치면 마라톤과 같은 종목이다. 1차 예선 30분, 2차 예선 20분, 결승 10분으로 세 차례 열리는 종목으로 각 대학 대표선수 4명이 참가해 무대에 선 강사의 동작을 주어진 시간 동안 따라한다. 심사위원들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들의 정확한 동작과 표정 등을 채점해 탈락자를 선정한다. 1차에서 50명, 2차에서 21명, 결선에서 6명을 선정해 시상을 한다.
선수들은 음악이 흐르고 강사의 시작 외침에 처음에는 힘차고 즐겁게 동작을 따라했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동료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동작을 따라하며 즐거워했다. 일부에서는 힘찬 응원도 보냈다. 1차 예선이 끝나갈 무렵 선수들의 동작은 정확성도 떨어지고 작아졌다. 30분이 지나자 선수들은 너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절반이 떨어져 나간 2차 예선에서는 10분만 쉬고 바로 시작한 탓인지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땀으로 흠뻑 젖은 고상영 씨(건국대)는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었다. 차라리 2차 예선에서 탈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판위원장 김설향 서울시립대 교수는 “쉬지 않고 장시간 동안 동작을 따라하는 서킷은 일반인에게도 좋은 운동이다. 운동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축제에서는 태권도와 요가를 에어로빅과 결합한 새로운 종류의 에어로빅도 선보여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