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루트 개척 뒤엔 ‘일당백’ 전사들이…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원정대장 구자준 - 살림꾼 진재창
정상 공격조 강기석 - 신동민
지원조 이형모 - 홍일점 김영미

사람들은 정상에 오른 단 한 사람만 기억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주연만큼 빛나는 조연들이 있다.

20일 에베레스트 남서벽 코리안 신루트를 통해 정상에 오른 박영석 원정대도 마찬가지다. 원정대는 원정대장인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59)과 박영석 등반대장(46·골드윈코리아 이사)을 비롯해 7명. 히말라야 거벽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도전하는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하지만 대원들은 한 걸음 더 걷고 짐을 하나 더 지는 희생정신으로 ‘7인의 기적’을 이뤘다.

구 회장은 4억 원에 이르는 원정 비용 대부분을 지원하며 박 대장이 등반에만 전념하도록 도왔다. 직접 베이스캠프까지 찾아와 일주일 동안 동고동락하기도 했다. ‘무늬만 원정대장’이 아닌 셈이다. 박 대장은 지난달 왼쪽 종아리 파열 부상을 입었지만 고통을 참고 대원들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진재창 부대장(43)은 박 대장을 도와 원정대의 안팎살림을 도맡으며 ‘어머니’ 역할을 충실히 했다. 식량 담당인 신동민 대원(35)은 빼어난 음식 솜씨뿐만 아니라 발군의 체력과 등반 능력으로 코리안 루트를 맨 앞에서 개척했다. 지난해 남서벽 도전 당시 양 손가락이 동상에 걸렸던 강기석 대원(31)은 올해는 기어이 정상을 밟는 끈기를 보여줬다.

비록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정상 공격조에서는 빠졌지만 이형모 대원(30)은 베이스캠프에 남아 지원 역할을 충실히 했다. 행정 담당인 여성 산악인 김영미 대원(29)은 각종 사무 업무를 빈틈없이 처리했고 로체(해발 8516m)에 도전해 20일 성공하며 원정대의 사기를 올렸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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